정부가 의료 행위에 대한 수가(진료비) 인상률을 일괄 적용하는 대신 필수의료 분야 보상을 150%로 올리기로 했다. 비필수의료 분야와 벌어진 격차를 줄인다는 취지다. 또 병원급보다 의원급 수가가 역전된 현상을 막기 위해 의원급 인상률은 상대적으로 낮추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24일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2025년도 환산지수’를 심의·의결했다. 수가는 환자에 대한 진료와 수술 등 처치를 한 뒤 의료진이 받는 가격을 말한다. 의료 행위별로 투입된 시간과 인적·물적 자원을 고려한 상대가치점수에 환산지수를 곱해 결정된다.
정부는 매년 환산지수가 모든 의료 행위에 획일적으로 인상 적용되면서 행위 간 보상 불균형 문제를 심화시켰다고 본다. 검체·영상과 같이 고가 장비를 이용하는 행위는 고평가된 반면 수술·처치와 같이 인력이 많이 투입되고 난도가 높은 필수의료 행위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 여기에 환산지수를 동일하게 적용해 곱하다 보니 고평가된 행위는 더 크게 수가가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필수의료 분야와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수가 불균형 체계로 인해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는 문제로 이어졌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정부는 응급실 내 의료 행위에 대한 상대가치 점수를 50%에서 150%로 높일 계획이다. 수술·처치 및 마취료에 대한 야간·공휴일 가산도 50%에서 100%로 상향키로 했다.
의원급에 대한 환산지수는 인상 폭을 낮추기로 했다. 같은 의료 행위를 해도 오히려 난도가 낮은 의원에서의 수가가 높아지는 역전 현상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의원 환산지수는 올해 대비 0.5% 인상해 병원급(1.2%) 인상률의 절반 수준이다. 대신 초진·재진 진찰료는 4% 인상하게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조정만으로 의원급과 병원급 수가 역전 문제가 단기간에 해소될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개원의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는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는 저평가된 분야 수가를 더 올려줘 의료 행위 보상의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논리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미칠 때나 가능한 것”이라며 “전체적인 수가 인상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건정심은 의료계 집단행동에 따른 비상진료 지원을 위해 189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의결했다. 지난 2월 20일부터 6개월째 투입된 건보 재정은 이로써 1조원을 넘어섰다.
김유나 이정헌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