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에 성품 교육까지… 교목실 사역에 학부모 반색

입력 2024-07-25 03:02 수정 2024-07-25 17:07
서울 대광중학교 학생들이 지난 4월 학교 신앙수련회에서 기도하고 있다. 대광중 교목실 제공

서울 대광중학교는 올해 3월 “현재 종교가 무엇이냐”는 설문에 1학년 학생 4명 중 1명(26%)이 ‘기독교’라 답했고 3학년 학생들은 3명 중 1명(35%)꼴로 기독교라 답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 실시한 설문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1학년 학생 중 기독교인은 20%, 3학년은 30%에 달했다.

이 학교 교목 용석범 목사는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추첨으로 학생을 받는 중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기란 쉽지 않다”면서도 “학내 복음화율 변화는 교목실과 교원들이 지속해서 전방위 사역을 펼친 열매”라고 설명했다.

대광중 교목실은 신앙 교육 프로그램만 10개를 운영 중이다. 학기 중 매주 목요일에는 전교생 대상 채플이 진행되고 월요일엔 교직원 예배를 드린다. 매일 아침 수업 전엔 10분간 학급별 경건회를 갖고 모든 학생은 일주일에 1시간씩 성경 수업을 받는다.

학교의 신앙 교육은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반감보다 호감을 사고 있다. 지난 3월 중학교 1학년 자녀의 성경 수업을 지켜본 학부모 10명 중 9명은 참관록에 만점을 줬다. 한 학부모는 참관 소감란에 “종교 수업이라고 해서 걱정이 됐는데 정서 교육 시간에 가까웠다. 아이들이 생각을 더 성숙하게 하는 시간이었다”며 반색했다. 또 다른 학부모 역시 “종교 수업이라 딱딱할 줄 알았는데 학부모인 내게도 흥미로웠다”고 평가했다.

용 목사는 “평균적으로 신입생 75%는 기독교인이 아니다”라며 “아무리 기독 사학이라도 학생들에게 노골적으로 기독교 수업을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신 ‘이웃 사랑’의 가치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겠냐”며 “성품 교육과 종교 교육을 접목하는 식으로 학생들에게 복음을 소개한다”고 설명했다.

인천 강화군 덕신고 교목실 역시 자구책을 마련해 학령인구 감소 등 사학이 처한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덕신고는 비평준화 지역에 있는 일반 학교다. 인천 관내 중학생들의 선택을 받아야 신입생 모집이 가능하다. 이런 환경에서 교목실은 오히려 학교가 기독 사학임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김세환 교목은 “신입생 모집 시 예배와 종교 수업이 있으니 거부감이 있으면 지원하지 말라고 강조한다”며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미션스쿨로 차별화하는 게 우리 학교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목은 학생들이 학교 정체성을 알고 입학하기 때문에 종교 교육이나 채플에 대한 반감도 적은 편이라고 했다. 덕신고는 올해 모집 정원보다 많은 학생이 몰려 77명이 신입생으로 들어왔다.

평준화 지역 기독 사학의 노력도 눈길을 끈다. 추첨으로 신입생을 받는 충남 아산 한올고는 교원의 신앙부터 바로 세우고 있다. 교사들은 매주 교회 구역 개념인 ‘속회’로 모여 성경 말씀과 기도제목을 나눈다. 이성재 한올고 교목은 “기독 사학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은 종교 과목을 가르치고 채플을 여는 사역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교단에 서는 교사들이 기독교 정신을 담아 가르치는 일이 가장 이상적인 기독 사학의 교육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한올고는 학생들의 마음을 여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학교는 개학한 지 3주가 지난 즈음 예배실 문을 연다. 학생들과 교목이 친숙해진 이후부터다. 이 교목은 “학교의 모든 행사는 학생들이 하나님 사랑을 구체적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교회 다니는 학생은 20%에 불과하지만 채플 만족도는 항상 90%를 웃돈다”고 전했다.

교목들의 ‘헌신 열전’은 학교 밖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교목전국연합회는 23일 서울 장로회신학대학교에서 ‘2024 기독학생 리더세미나’를 개최하고 기독 리더 학생들과 함께 사학의 위기 돌파를 위해 손을 모았다. 세미나엔 연합회 소속 130개 기독 사학 학생 170명이 참석했다.

교목과 교목의 연합 활동도 예정돼 있다. 한국기독교학교연맹은 다음 달 13일 하기전국교목연수회를 열고 기독 사학의 건학 이념 구현 방향을 모색한다. 숭실고 교목 윤재희 목사와 염광고 교감 장훈 목사 등이 고교학점제 대응방안과 중학교 종교 교과 선택 문제를 놓고 대안을 제시한다.

손동준 이현성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