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희 “나와 싸우려 하지 마” 이진숙 “절대 사퇴 않겠다”

입력 2024-07-25 03:03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최민희(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문을 전달한 뒤 인사하지 않고 자리로 돌아가는 이 후보자를 불러 세워 귀에 대고 이야기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저와 싸우려 하시면 안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 첫날 야당의 거듭된 사퇴 요구에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정치 편향, 법인카드 유용 등 야권이 제기한 의혹도 모두 부인했다. 이 후보자는 본인을 향한 ‘극우’ 표현을 문제삼아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직을) 사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이 이 후보자의 MBC 민영화 시도 의혹, SNS 게시물 등을 거론하며 사퇴 의향을 물었지만 자진사퇴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강대강 대치는 회의 시작 전부터 예고됐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일부 전국언론노동조합 및 MBC 관계자 등은 회의장 밖에서 이 후보자를 막아서며 “이진숙은 사퇴하라”고 외쳤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C 노조 집행부 출신으로서 이번 인사청문회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당장 지명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문회가 시작되고 신경전은 한층 격화됐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직접 참전했다. 이 후보자가 위원장석에 증인 선서문을 제출한 뒤 그대로 돌아서자 최 위원장은 “저기요, 이진숙 내정자”라며 불러세워 “인사하시라”고 말했다. 이후 목례와 악수를 나눈 뒤 최 위원장은 이 후보자의 귀에 대고 “저랑 싸우려 하시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야당 질의는 이 후보자의 적격 여부에 집중됐다. 과거 SNS에 올린 글과 영상, 강연 등에서 한 발언을 종합할 때 독립성과 공정성이 중요한 방통위원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MBC 재직 시절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질의도 잇따랐다.

이 후보자는 의혹 대부분을 부인했다. 법인카드 문제와 관련해선 “단 1만원도 개인적으로 쓴 적 없다”고 단언했고, 좌·우 이분법적 가치관을 지녔다는 비판에는 “좌파 자체를 나쁘게 말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자는 ‘극우’라는 표현이 모독적이라며 야당에 사과를 요구했다. 이 후보자는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이야기하면 극우가 되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하면 세련된 지식인 취급받는 부분은 아주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독일 나치의 언론관을 거론하며 질의한 정동영 민주당 의원을 향해서는 “제가 바로 그 희생양”이라고 응수했다.

‘방통위 2인 체제’ 운영의 원인이 야당에 있다는 국민의힘 측 주장에는 적극 동의했다. 이 과정에서 최 위원장이 직접 반박하고 나서며 설전이 오갔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3월 민주당 추천으로 방통위 상임위원에 내정됐으나 임명 지연 끝에 자진 사퇴한 이력이 있다.

이 후보자는 세월호 참사 ‘전원 구조’ 오보 및 유가족 수령 보험금 관련 보도와 관해선 일부 유감을 표했다. 야당 의원이 당시 MBC 보도본부장으로 재직한 이 후보자에게 사과 의향이 있냐고 추궁하자 “사과드렸다”고 답했다. 다만 야당 측이 준비한 사과문 낭독은 거부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