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훈련·노력 거쳐 올림픽 출전… 모두가 빛나길 기대”

입력 2024-07-26 00:33
올림픽 역도 레전드인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장 차관은 “올림픽이 모든 이들이 손길과 정성이 뒤따르는 것이라는 걸 제대로 알게 됐다”면서 역도나 비인기 종목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최현규 기자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은 한국을 넘어 세계 여자 역도를 주름잡았던 전설적인 선수였다. 2004년 아테네와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등 세 차례 올림픽에 출전해 금·은·동메달을 모두 수집하며 국민들에게 희망과 감동을 안겼다.

장 차관은 12년 만에 다시 올림픽 현장을 찾는다. 현지에서 한국 선수단의 파리올림픽 준비사항들을 최종 점검하고, 선수들을 격려할 계획이다. 그는 지난해 6월 차관에 임명된 이후 선수나 지도자가 아닌 한국 체육을 책임지는 행정가로 스포츠계를 두루 살펴 왔다.

장 차관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한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올림픽에 나가는 선수들은 참 다양하다. 엄청난 훈련과 노력을 거쳐 출전을 이뤄냈다”며 “장차 성장할 어린 선수나 아직 유명하지 않은 선수들도 관심을 받아 모두가 빛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2 런던올림픽 은퇴 당시 했던 “역도와 비인기 종목을 앞으로도 계속 사랑해 달라”는 당부를 이날 다시 한번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바라는 건 크게 변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선수가 아닌 차관으로 맞이한 올림픽은 어떤가

“선수 시절엔 그냥 차려진 무대에 가서 준비했던 걸 하고 끝나면 내려왔다. 당시 올림픽은 ‘나만의 일’이었다. 오직 제 시합과 목표만 생각했었다. 나머지는 전부 남의 일이라 여겼다. 차관이 된 이후로 올림픽을 떠올렸을 땐 ‘모든 게 나의 일’처럼 느껴지는 게 달라진 부분이다. 파리올림픽 준비 기간에 선수단의 안전, 이동, 숙식 등 모든 과정들을 들여다봤다. 각 정부부처와 대한체육회는 물론 경찰, 군인, 자원봉사자 등 정말 많은 이들의 손길과 정성이 함께 뒤따른다는 걸 제대로 알게 됐다. 저 또한 보이지 않는 노력들 덕분에 선수 시절 목표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올림픽 현장을 다시 찾는 감회가 새롭지 않나

“사실 올림픽 개회식은 선수 시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역도 경기가 늘 대회 중·후반부에 있어 못 가봤다. 개인적으로 미리 가서 개회식을 볼 기회도 없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세 번째이자 100년 만에 열리는 하계 올림픽이다. 개회식 행사에 대한 궁금함보다는 걱정되는 부분이 더 많다. 개회식에 참석하는 한국 선수들이 오며가며 고생하진 않을지, 장기간 대기해야 하는데 날씨가 너무 더워 지치지 않을지 걱정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올림픽은 언제인가

“2004 아테네 대회 땐 멋모르고 굉장히 큰 대회에 나갔다는 생각이 든다. 2008 베이징 대회 때는 메달을 반드시 따야만 한다는 의무감이 있었다. 많은 분들이 관심과 애정을 갖고 내 일처럼 응원을 해주셨다. 모든 순간들이 중요하고 기억에 남지만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던 2012 런던올림픽을 꼽고 싶다. 당시엔 몸이 아파서 모든 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산에 잘 올라갔으니 잘 내려와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사실 결과(4위, 이후 동메달 승격)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포기하지 않고 잘 마쳤지만 아쉬움도 컸다. 가장 많이 울었던 올림픽으로 기억한다. ‘그래도 괜찮아’라는 국민들의 응원과 격려 덕분에 금방 회복할 수 있었다.”

-모든 선수들이 꿈꾸는 올림픽 최정상에 선 원동력은 뭔가

“다른 선수들보다 운동을 많이 한 것 같진 않다. 누구 하나 열심히 안 하는 선수는 없다. 열심히 하는 선수가 당시 태릉선수촌에 가는 거고 열심히 안 하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잘 먹고 잘 자고 쉬는 것, 제때 치료받고 회복하는 것, 그리고 마음가짐까지 모든 일상이 훈련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그래도 하나를 꼽자면 ‘멘탈’인 것 같다. 각성 수준을 적절히 잘 조절했다. 훈련을 잘 했다고 시합을 잘 하는 건 아니다. 훈련을 못 했다고 시합을 못 하는 것도 아니다. 경기 당일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임하느냐가 중요했던 것 같다. 계획했던 무게에 맞춰 빡빡하게 훈련했고, 연습 때 최고 기록이 나오기도 했다. 흥분해서 힘이 들어가거나 기분이 들뜨면 오히려 잘 풀리지 않았다. 그럴 땐 각성 수준을 낮추거나 잘했을 때의 느낌을 되살리고자 했다. 시합 당일 컨디션이 좋지 않아도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는 게 가장 중요했다.”

-역도 영웅 장미란을 따라 바벨을 잡은 후배 선수들을 보면 어떤가

“저의 선수 시절을 보고 후배들이 같은 꿈을 꾼다거나 그 길을 가고 있다는 건 정말 가슴 벅찬 일이다. 그래서 지금도 선수 때처럼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다. 한국 역도 얘기를 하자면, 도핑이 강화되면서 우리 선수들한테 유리한 상황이 아닌가 싶다. 기록 경기는 스스로 세운 목표 무게의 70%, 80%, 90%씩을 계속 반복하면서 기량을 쌓아 나간다. 기록은 훈련량이 말해준다. 어떤 목표를 두고 크게 쌓아왔다면 어렵지 않게 다가설 수 있을 거다. 사실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훈련은 이미 다 끝났다고 본다. 모두가 올림픽을 위해 수년간 훈련을 반복하며 구슬땀을 흘렸을 것이다.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날까지 계획했던 대로 몸 상태를 잘 유지하면서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임하면 좋을 것 같다.”

-체육계 현장을 돌아보니 과거와 달라진 부분이 있는가

“단체·개인운동을 떠나 선수와 지도자, 선수와 동료 선수 간의 소통이 더 활발했으면 좋겠다. 결국 모두가 원하는 목표에 다가가고, 서로를 돕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선수는 선수대로, 지도자는 지도자대로 서로 오가는 게 있어야 발전하는 것들이 있다. 선수는 조금 더 마음을 열고 지도자를 신뢰해야 한다. 그래야 지도자가 선수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말 한마디라도 더 해줄 수 있지 않을까. 반대로 지도자는 선수가 마음을 열 방법을 고민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파리올림픽을 계기로 바라는 게 있는가

“늘 올림픽 시작 전에는 많은 우려가 있다. 이번 파리올림픽에 한국 선수단이 1948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역대 최소 인원으로 출전한다고 하니 더 그런 것 같다. 그래도 대회가 시작되면 다들 내 일처럼 밤잠을 설치면서 응원하고 기대해줄 거라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이 세계 최정상급이 모이는 올림픽에 출전하기까지 정말 많은 고생을 했다. 성적을 떠나 꾸준한 관심과 열린 마음으로 지켜봐 주시면 좋겠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