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는 세계의 그 누구도 나머지 세계를 무시할 수 없다.” 지리적 조건과 경제가 국가 간의 정치와 상호관계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탐구하는 학문인 지정학(Geopolitics)의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책의 필요성을 정확하게 요약한 말이다.
국가 간의 상호의존성이 요즘만큼 체감된 적도 없었다. 책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으킨 지정학적 격변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중립을 표방했던 스웨덴과 핀란드가 새로 가입신청을 하면서 존재 이유를 되찾았고, 미국은 유럽 대륙으로 당당히 복귀했다. 유럽연합은 재무장했고, 독일도 평화주의적 정체성을 포기하고 국가 안보 전략을 강화할 수밖에 없게 됐다.”
프랑스의 지정학 전문가인 저자들은 유럽, 아시아, 중동,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5대륙 28개국의 지정학적 현황과 21세기 현대사를 결합, 현재 세계의 흐름을 짚어 준다. 각 나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를 한 눈에 보여주는 섬세한 지도 120개가 힘을 보탠다. ‘지도의 이면’을 따라가다 보면 ‘중국’은 왜 주변국들과 영유권 분쟁을 일으키면서까지 영토 확장에 목을 매는지, ‘일본’은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이지만 왜 진정한 아시아의 리더가 되지 못하는지, ‘인도’는 왜 세계적 강국이 아닌 지역 강국에 머무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저자들은 전염병, 교통, 기후 위기, 디지털을 주제로 ‘이후의 세계’를 예측하기도 한다. 책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인류는 과거의 흑사병, 콜레라, 스페인 독감을 겪은 이전 세대들처럼 인간이 불사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기억해 냈다”면서 “전염병으로 인한 전 지구적인 격리조치는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꿈꾸는 ‘비행기 없는 세상’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