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쇄신·정권 재창출 열망 분출… 尹에서 韓으로 당심 대이동

입력 2024-07-24 02:02
국민의힘 한동훈 신임 당 대표가 2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을 이끌어갈 새 대표에 한동훈 후보가 선출된 건 당 쇄신과 변화를 통한 ‘정권 재창출’이란 목표로 ‘당심(黨心)’이 모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표로서는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내홍 수습 및 통합, 당정 관계 회복 등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다. 정치인으로서의 진짜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한 대표는 23일 경선 1차전에서 62.84%의 득표율로 승부를 끝냈다. 그는 수락 연설에서 “때로는 과열되고 때로는 갈등도 있었지만 이견을 존중하고 차이를 인정하고 성숙한 자유민주주의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경선 과정의 모든 일을 잊자. 하루아침에 잊을 수 없다면 며칠이 걸려서라도 모두 잊자’고 말씀하셨다. 그 한 마디가 보수정권 연속 집권의 밑거름이 됐다”고 강조했다. 또 “지난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위해 뭉쳤던, 다양한 생각과 철학을 가진 유권자 연합을 단시일에 복원하겠다”고 했다.

한 대표는 이번 경선 초반부터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 기류를 형성해 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 대표가 차기 대권 후보로서 경쟁력이 있다고 보수 지지층이 판단했다. 정권 재창출의 열망이 담긴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3·8 전당대회 당시 안정적인 당정 관계에 대한 바람이 친윤(친윤석열)계 지원을 받은 김기현 당시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면 이번에는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이 한 대표를 대안으로 선택하게 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과 반감이 한 대표에게 쏠렸다”고 진단했다.

미래 권력인 한 대표 중심으로 당 권력구도 재편이 이뤄지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친윤 조직표가 통하지 않았다는 건 윤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약해졌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도 “한 대표 취임 뒤에도 친윤의 ‘흔들기’가 쉽게 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 대표 앞에는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경선 과정에서 벌어진 내부 관계 복원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특히 사생결단식 경쟁을 벌인 다른 당권주자들을 어떻게 포용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당 일각에서는 ‘원외 대표’라는 한계가 있는 한 대표가 당을 빠르게 장악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선 과정에서도 갈등론이 이어졌던 윤 대통령과의 관계 개선 필요성도 제기된다. 전당대회 비방전 과정에서 터져나온 ‘댓글팀 의혹’ ‘총선 사천 의혹’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부탁 폭로’ 등이 향후 한동훈 대표 체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압도적 여소야대 정국에서의 대응도 숙제 중 하나다. 한 대표는 당선되자마자 야당의 ‘특검법’ 파상공세를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그가 전당대회에서 내세운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이 리더십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이날 한 대표를 향해 채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라고 주문했다.

앞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9일 의원총회에서 “누가 당대표가 되든 원내 사안은 원내대표 중심으로 간다”고 발언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관계 설정도 한 대표의 과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고양=박민지 이강민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