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다 망쳤다”… 큐텐발 ‘정산 지연’ 사태 대혼란

입력 2024-07-24 00:01

일부 대기업들이 위메프와 티몬에서 상품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위메프에서 불거진 ‘정산 지연’ 사태가 티몬으로 번지면서다. 제 때 정산을 못받은 입점업체들이 잇따라 상품 구매 취소를 통보하며 소비자 피해도 확산되고 있다. 큐텐그룹 자회사인 위메프와 티몬의 정산 지연이 입점업체 이탈로 이어지며 큐텐의 자금난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 현대홈쇼핑, GS리테일 등 기업들이 티몬과 위메프에서 상품 판매를 일시중단했다. 모두 지난 8일 위메프에서 발생한 정산 지연 사태 이후 벌어진 일이다. 위메프는 앞서 일부 파트너사들이 판매 대금을 정산받지 못한 데 대해 “일시적 결제 전산 시스템 오류”라는 입장을 밝혔으나, 문제가 선명하게 해결되지 않은 모양새다.

모두투어·하나투어 등 국내 여행사들도 티몬과 위메프에서 상품 판매를 중지했다. 티몬과 위메프 홈페이지와 어플리케이션에서 해당 여행사들 상품이 노출되지 않고 있다. 두 여행사는 오는 25일을 입금기일로 정해 큐텐 측에 통보했다. 예의주시하며 대응 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들도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계획된 여행날짜에 항공권과 숙박권이 취소되면서 불만을 제기하는 사례가 적잖다. 직장인 하모(32)씨는 지난달 ‘티몬 핫딜’을 통해 제주도의 한 호텔을 잡았으나, 며칠 전 예약 취소 연락을 받았다. 티몬에서 결제 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게 이유였다. 하씨는 “숙박 예약을 다시하느라 1박에 10만원 이상 더 냈다”며 “환불을 받기까지 며칠을 마음졸여야 했다”고 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선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큐텐 측이 ‘일시적인 오류’라며 해명에 나섰으나 불안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큐텐 계열사들의 심각한 재무상황이 문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티몬의 자본총계는 -6386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 위메프의 유동부채는 약 3098억원으로 전년 대비 37% 늘었고, 유동자산은 약 617억원으로 21% 줄었다.

큐텐은 2022년 티몬을, 지난해 위메프를 인수했다. 인수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자금을 지출했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난 의혹을 해소하려면 신뢰도 회복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큐텐 측은 입장문을 내고 다음 달부터 신규 정산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각 회사에 판매 대금을 보관했다가 정산 일자에 맞춰 지급하던 방식 대신 제3의 금융기관에 대금을 넣어두고 지급의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큐텐 관계자는 “일시적으로 자금 순환에 차질이 생긴 것”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판매 대금을 순차적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