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큰 김범수 빈자리… 어깨 무거워진 정신아 대표

입력 2024-07-24 01:01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이 회사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2일 구속전 피의자심문을 받은 뒤 서울남부지법을 나서고 있다. 검찰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 위원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은 23일 발부됐다. 연합뉴스

카카오가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 구속으로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지난해 CA협의체 산하 ‘경영쇄신위원회’, 준법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준신위)’ 등을 구성하며 대내외 리스크에 대응해왔지만 김 위원장 구속은 피하지 못했다. 카카오는 정신아(사진) 대표를 중심으로 뒤숭숭한 내부 분위기 수습에 나섰다.


정 대표는 23일 이른 오전부터 계열사 최고경영진과 모여 김 위원장 공백 상황과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올해 3월부터 카카오를 이끌고 있는 정 대표는 김 위원장과 공동으로 CA협의체 의장을 맡고 있어 당분간 정 대표 단독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창업자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각 계열사의 상황을 점검하고 경영공백을 메워야 하는 정 대표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됐다.

국내 벤처 1세대 신화를 쓴 김 위원장은 ‘혁신의 아이콘’ ‘흙수저 출신 기업가’로 명성을 얻었지만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하루아침에 지탄의 대상이 됐다. 그는 1998년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을 설립한 뒤 2000년 네이버와 합병해 NHN 공동대표를 지냈다. 이후 NHN을 나와 2010년 카카오톡을 출시하며 카카오를 굴지의 기업으로 키웠다. 2021년에는 재산이 약 15조원으로 추산되면서 한때 한국 최고 부자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카카오가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서 문어발식 M&A, 골목상권 침해 등 논란의 중심에 섰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혐의가 대표적이다.

카카오 직원들은 김 위원장의 구속이 예상 밖이라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 위원장 구속으로 카카오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간 카카오가 해 왔던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과 같은 변화를 기대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바닥을 친 주가가 더 떨어지는 것을 보고 ‘이대로 회사가 망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직원들도 있다”며 “김 위원장이 구속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