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 구속으로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지난해 CA협의체 산하 ‘경영쇄신위원회’, 준법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준법과 신뢰위원회(준신위)’ 등을 구성하며 대내외 리스크에 대응해왔지만 김 위원장 구속은 피하지 못했다. 카카오는 정신아(사진) 대표를 중심으로 뒤숭숭한 내부 분위기 수습에 나섰다.
정 대표는 23일 이른 오전부터 계열사 최고경영진과 모여 김 위원장 공백 상황과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올해 3월부터 카카오를 이끌고 있는 정 대표는 김 위원장과 공동으로 CA협의체 의장을 맡고 있어 당분간 정 대표 단독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창업자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각 계열사의 상황을 점검하고 경영공백을 메워야 하는 정 대표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됐다.
국내 벤처 1세대 신화를 쓴 김 위원장은 ‘혁신의 아이콘’ ‘흙수저 출신 기업가’로 명성을 얻었지만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하루아침에 지탄의 대상이 됐다. 그는 1998년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을 설립한 뒤 2000년 네이버와 합병해 NHN 공동대표를 지냈다. 이후 NHN을 나와 2010년 카카오톡을 출시하며 카카오를 굴지의 기업으로 키웠다. 2021년에는 재산이 약 15조원으로 추산되면서 한때 한국 최고 부자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카카오가 인수·합병(M&A)으로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서 문어발식 M&A, 골목상권 침해 등 논란의 중심에 섰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혐의가 대표적이다.
카카오 직원들은 김 위원장의 구속이 예상 밖이라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 위원장 구속으로 카카오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간 카카오가 해 왔던 기존 질서에 대한 도전과 같은 변화를 기대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바닥을 친 주가가 더 떨어지는 것을 보고 ‘이대로 회사가 망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직원들도 있다”며 “김 위원장이 구속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