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사진) 경영쇄신위원장이 구속되면서 카카오가 초유의 총수 공백 사태를 맞았다. 미래 성장 동력 확보가 절실한 카카오가 그동안 고삐를 죄던 쇄신 작업과 신사업 추진에도 제동이 걸렸다.
카카오는 23일 “현재 상황이 안타까우나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카카오의 경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CA협의체 공동의장인 김 위원장의 구속으로 경영 쇄신·효율화 작업은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게 됐다. 카카오의 주요 의사결정은 김 위원장을 거쳐야 하는 구조다. 더구나 김 위원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도 재판을 받고 있다.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그룹 차원의 쇄신과 인공지능(AI) 시대 지속 성장을 위한 다양한 혁신을 주도하고 있던 상황이라 주요 의사결정에 있어 차질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카카오의 계열사 정리 등 구조조정 작업부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브레인의 AI 사업 부문을 본사로 흡수했던 것처럼 적자 구조가 심화되거나 사업이 지지부진한 계열사와 관련해 그룹 차원의 굵직한 의사결정이 소극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현재 카카오VX 등 수십개의 계열사가 잠재 매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사법리스크 우려로 인수·합병(M&A)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카카오의 핀테크 계열사 카카오페이의 미국 종합증권사 시버트 경영권 인수가 무산됐는데 당시 카카오를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유럽 최대 택시 호출 플랫폼 프리나우 인수도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계열사 기업공개(IPO)와 내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30%로 확대하겠다는 ‘비욘드 코리아’ 계획 역시 목표 달성이 불투명하다.
카카오의 신성장 동력 확보는 시계 제로에 빠졌다. 핵심 먹거리로 점찍은 AI 사업은 아직 방향성도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카카오톡 중심의 플랫폼 주도권은 이미 유튜브에 내줬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 통계에 따르면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지난해 12월 유튜브에 1위 자리를 뺏긴 이후 줄곧 2위에 머물러 있다.
카카오를 둘러싼 각종 사법리스크는 최고조에 달했다. 카카오는 SM엔터 인수와 관련한 재판 결과에 따라 인터넷 전문은행 카카오뱅크 1대 주주 지위를 내려놔야 할 수도 있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라 카카오의 유죄가 확정될 경우 보유 지분(27.17%) 가운데 10%만 남기고 나머지를 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분식회계 의혹으로 제재가 임박했다. 김 위원장 구속 여파로 이날 카카오 10개 그룹사의 시가총액은 전날보다 1조7120억원(4.70%) 증발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