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전월 대비 40% 이상 급증해 3년 6개월 만에 7000건대를 기록했다. ‘패닉바잉’ 우려 속에 정부는 시장과열 시 특단의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당장 공급을 늘릴 뾰족한 수단이 없는 데다 자칫 지난 정부의 실정을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7062건(22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5월 거래량(5026건) 대비 40.51% 증가, 올해 1월(2614건)과 비교하면 170.16%(2.7배) 상승한 수치다.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이 7000건을 넘은 것은 집값 급등기였던 2020년 12월(7745건) 이후 3년 6개월 만이다.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여서 거래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성동구 한 부동산 중개인은 “6월에는 몸살 날 정도로 손님들이 많이 찾아와서 성대결절까지 왔다”며 “지방에서도 젊은 층 위주로 ‘빨리 팔고 서울 가자’는 분위기여서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단순히 거래량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상승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부동산플랫폼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7월 18일 기준)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 중 상승 거래(동일 단지, 동일 면적에서 1년 이내 이뤄진 직전 거래에 비해 가격이 1% 이상 상승한 거래) 비중은 49.6%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에서 상승 거래는 지난 1월부터 매월 38.6%→42.5%→42.1%→45.0%→46.1%→49.6% 등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년 전보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은 높아졌는데, 아파트값은 서울 일부를 중심으로 전고점에 근접하거나 넘어서는 정도”라며 “화폐 실질가치를 고려하면 아파트값은 2년 전보다 낮아졌고, 금리 추가 급등 가능성도 현재로선 크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상승이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지난 18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주택공급 대책을 내놓으며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시장과열이 나타난다면 ‘특단의 조치’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에 대해 “당장 공급을 늘릴 방법은 없기 때문에 규제책을 내놓을 텐데 지난 정부의 부동산 실정과 똑같이 갈 우려가 있다”고 했다.
다만 거래가 지속해서 증가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오는 9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을 앞두고 있고, 최근 매매수요 증가에 따른 호가 상승으로 망설이는 매수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매도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관망세로 돌아섰다”며 “갑자기 호가를 올리면 매수자들이 주저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 물건 수는 7만9050건으로, 지난달 23일 8만2896건보다 3846건(4.64%) 줄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