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를 계기로 은행들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문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고위험 투자상품 판매대상을 제한하거나 판매 채널을 분리하는 대책 등을 논의 중이다.
23일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 자료를 보면 금감원은 ELS 관련 제재절차와 분쟁조정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 관련 종합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자료를 통해 “은행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제한, (예·적금 창구와의) 판매 채널 분리 등 모든 방안의 장·단점과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ELS 사태와 관련해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향을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다.
금감원의 이번 답변을 보면 판매 채널 분리가 제도 개선의 골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ELS는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큰데도 예·적금의 대체상품인 줄 알고 가입했다는 금융소비자 민원이 쏟아졌다. 금감원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은 판매 채널을 예·적금 창구와 물리적으로 분리하고, 전문성을 갖춘 직원이 판매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앞서 금융 당국은 ELS 등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와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홍콩 H지수 급락으로 ELS 손실 규모가 커지자 ‘은행에서 고위험 상품을 팔아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금감원은 내부 협의체를 꾸리고, 금융위원회 공동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종합적 개선방안을 논의해왔다.
다만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판매 규제를 강화하면 금융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좁아질 수 있는 것은 고민거리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지난 22일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판매 대상 제한은 금융소비자 보호와 함께 금융소비자 선택권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답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금융위와 협의가 필요하다”며 “임시국회 등 여러 사안이 있어 시간이 좀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