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침체에 빠졌던 자동차 내수 시장이 신차 출시로 들썩이고 있다. 액티언,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 캐스퍼 일렉트릭, 올 뉴 콜로라도 등이 속속 나오면서다. 액티언처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름부터 그랑 콜레오스 같이 낯선 차명까지, 신차의 대거 등장이 자동차 시장에 활기를 불러일으킬지 관심이 쏠린다.
2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KG모빌리티(KGM)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액티언’은 출시 일주일도 되기 전에 3만대 예약을 넘어섰다. 차량 가격과 세부 정보는 물론이고 내부 디자인도 공개되지 않았는데 외관 디자인과 차명 공개만으로도 예약이 몰렸다.
외관 공개 하루 만에 1만6000대 예약이 빗발치며 KGM의 주가도 상승 가도를 달렸다. 액티언이 KGM에 ‘신차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전망이 주식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KGM은 이번주 중 액티언의 내부 디자인을 공개하고, 다음 달 초에는 가격대와 사양을 밝힐 계획이다.
액티언에 대한 관심은 자동차업계에서도 기대 이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액티언은 2010년 출시됐으나 5년 만에 단종된 쿠페형 SUV의 옛 이름이다. KGM이 프로젝트명 ‘J120’의 차명을 액티언으로 밝혔을 때 성공 모델이 아니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레트로 트렌드에 걸맞은 이름으로 이목을 끌며 오히려 순풍을 탔다는 평가가 나온다.
르노코리아가 4년 만에 출시한 신차 ‘뉴 르노 그랑 콜레오스’도 안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달 말 처음 공개된 이후 지난 12일까지 사전 계약만 8000대를 넘어섰다. 청약금이 드는 만큼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가격대는 지난 18일 공개됐는데, 시작 가격이 3495만원이다. 자동차 구매 심리가 위축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매력적인 가격이라는 의견이 많다.
올해 상반기 자동차 내수 시장은 지난해 대비 11.5%가량 빠졌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차 등록 대수는 55만5547대로 지난해 상반기 62만7823대보다 7만2276대 덜 팔렸다. 길어지는 고금리와 고물가 영향이 자동차 내수 시장까지 뻗친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이 크지 않지만 마니아층이 두터운 프리미엄 픽업트럭도 반응이 좋다. 글로벌 브랜드 쉐보레가 지난 15일 출시한 프리미엄 정통 아메리칸 픽업트럭 ‘올 뉴 콜로라도’는 국내 출시 하루 만에 초도 물량이 완판됐다. 올 뉴 콜로라도는 100년 넘게 픽업트럭을 만들어 온 쉐보레의 노하우가 집약된 중형 모델이다. 연간 1000여대 규모의 수입 프리미엄 픽업트럭 시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가 내년에 첫 정통 픽업트럭 ‘타스만’을 출시하면 시장의 부흥도 기대할 만하다.
자동차업계가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정체기) 극복을 위해 내놓은 경형·소형 전기차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기아 ‘EV3’와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은 다음 달부터 차량 인도가 시작된다. 공식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사전 계약 물량이 합산 2만대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보조금이 적용되면 2000만~3000만원대에서 구매 가능해 전기차 대중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캐스퍼 일렉트릭 인스퍼레이션 모델은 30, 40대에게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며 “앞으로 프리미엄, 크로스 모델을 순차적으로 선보여 올해 국내 판매 목표 1만대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