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날이었다. 충북 청주에서 폐지를 손수레에 싣고 가던 70대 할머니가 열사병으로 숨졌다는 뉴스가 떴다. 그 지역에 재난구호 활동을 다녀온 지 하루가 지나지 않은 시점에 접한 소식에 교인들은 할머니의 사망 소식이 남 일 같지 않았다. 그리고 교인들은 이 사역을 시작했다. 폐지수집 노인 휴가비 전달하기 프로젝트(광염휴가비)다.
광주광역시 북구 빛고을광염교회(박이삭 목사)는 2017년부터 8년째 ‘광염휴가비’ 사역을 이어오고 있다. 목회자와 교인들은 여름휴가철(7~8월)이 되면 주머니에 현금 10만원과 편지를 담은 봉투를 들고 동네 일대를 돌아다닌다. 그러다 폐지수집 노인을 만나면 몰던 차를 세워서라도 봉투를 선물한다. 인증 사진을 남기고 이를 교회에 제출하면 교회 재정부에서 미리 선물한 휴가비를 정산해준다. 지금까지 100여명의 노인에게 광염휴가비를 선물했다. 액수로는 1000만원이 넘는다.
노인들에게 현금과 함께 건넨 편지의 내용도 눈길을 끈다.
‘폭염 속에서도 정직하게 수고하시며 세상을 깨끗하게 해 주시는 어르신을 존경합니다. 이번 여름에는 한 일주일이라도 일손을 놓고 시원하게 쉬시면 좋겠습니다. 약소하지만 사랑이 담긴 휴가비를 드립니다.’
박이삭 목사는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휴가가 따로 없는 폐지수집 노인들은 생계를 위해 거의 매일 폐지를 모은다. 무더위 기간도 예외는 아니다”면서 “하지만 그렇게 온종일 폐지를 수거해도 최저시급 1시간 수준인 1만원을 벌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적은 액수이지만 몸이 아프거나 날이 안 좋을 때 며칠이라도 쉬면서 좋은 음식을 드시고 건강도 지켰으면 하는 바람으로 사역을 이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의 ‘폐지수집 노인 실태조사(2023)’에 따르면 전국 폐지수집 노인은 4만2000명가량으로 추산된다. 폐지수집 노인들은 폐지 수집에 하루 평균 5.4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주 6일 동안 일한다. 이들 가운데 절반 이상(55%)은 생활비 마련을 위해 폐지를 줍는다.
하루 꼬박 모은 폐지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월평균 15만9000원. 시급 1226원꼴로 최저시급(2024년 기준 9860원)의 12%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빛고을광염교회가 건네는 휴가비는 폐지수집 노인의 보름치 월급에 달한다.
박 목사는 “이 같은 사역이 여러 교회로 퍼져 교회가 있는 곳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고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 아름답게 이뤄지는 은혜가 있기를 소망한다”고 전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