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유도 최중량급(100㎏ 이상급)의 김민종(양평군청·사진)은 2024 파리올림픽에서 한국에 12년 만에 금빛 메치기를 선사할 강력한 기대주로 꼽힌다. ‘하늘을 감동시키면 올림픽 메달을 내려준다’는 말을 되뇌며 악명 높기로 소문난 유도 대표팀의 고된 훈련을 견뎌왔다. 김민종은 “아직 제 체급에서 올림픽 금메달이 없다고 들었다”며 “꼭 따서 유도 역사에 한 획을 긋겠다”고 다짐했다.
김민종은 어린 시절 부모님의 권유로 동네 유도장을 찾았다가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축산물도매업에 종사하는 부모님 덕분에 실컷 고기를 먹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각종 전국 대회를 휩쓸다시피 한 그는 고교 3학년 때 처음 국가대표가 됐다.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생애 첫 출전한 2020 도쿄올림픽은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당시 세계랭킹 2위였던 하라사와 히사요시(일본)를 만나 첫판 만에 패배를 당한 뒤 눈물을 흘렸다. 지난달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김민종은 “당시 경기를 마친 후 기억이 없었다. 너무 흥분했었고, 올림픽의 부담감도 크게 느꼈다”고 말했다.
파리올림픽 최정상을 바라보면서 이를 악물었다. 국제대회를 거듭하며 부족한 경험도 채웠다. 지난 5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한 김민종은 단숨에 파리올림픽 금메달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김민종은 “고된 훈련을 하다보면 하루하루 죽을 것 같긴 하지만, 하늘을 감동시키고 메달을 받으려 한다”며 “멘탈도 다스리려고 열심히 공부하고 준비했다. 이번 올림픽은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종은 신장 184㎝에 체중 135㎏의 건장한 체구를 지녔다. 하지만 그가 나서는 최중량급은 우월한 체격을 갖춘 유럽권 선수들이 강세를 보이는 종목이다. 동급 경쟁자들은 대부분 190㎝ 이상의 큰 키를 바탕으로 힘 있는 유도를 구사한다.
황희태 남자 대표팀 감독은 “상대 선수들이 다 키가 크기 때문에 기술 쪽으로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종의 장점에 대해선 “큰 체구에도 몸이 엄청 부드럽다. 경기를 영리하게 운영하는 능력도 좋다”고 짚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