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검찰에 구속된 것은 기업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책무와 도덕성을 방기하면 언제든 추락할 수 있음을 새삼 일깨워준다. 법원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주식 시세 조종을 한 혐의를 받는 김 위원장에 대해 23일 “증거인멸과 도주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벤처 신화를 주도하며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려온 그가 일종의 속임수인 시세 조종 혐의로 구속된 건 충격적이다. 재계 15위 기업 총수인데 ‘도주 우려’가 적시된 것도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그의 구속은 어쩌면 예견된 일인지 모른다. 플랫폼 기업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마구잡이로 덩치를 키워온 카카오의 문어발식 성장 전략과 ‘반칙’은 계속 문제가 돼 왔다. 카카오는 이번에도 SM엔터를 무리하게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의 공개매수를 방해하려다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사자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향후 수사와 재판을 지켜봐야겠지만 또다시 기업 인수 문제로 논란을 낳고 경영 차질을 빚게 된 것만으로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카카오는 이 일 말고도 골프연습장, 미용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비난을 받았고, 카카오모빌리티 ‘콜 몰아주기’, 카카오페이 ‘먹튀 논란’ 등의 도덕성 시비도 끊이지 않았다.
플랫폼 기업이나 벤처업계는 이번 일을 그간 혁신을 핑계 삼아 사회적 책무나 소비자 보호, 윤리경영에 소홀함이 없었는지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최근에도 유통·배달 플랫폼 업체들의 갑작스러운 수수료 인상 등이 사회 문제가 되기도 했다. 갓 창업한 회사라면 모를까 기업 규모가 커지고서도 그에 걸맞은 준법의식과 사회적 책임감을 갖추지 못한다면 결코 영속적인 기업이 될 수 없다. 사회적 책무를 강조하는 ‘ESG 경영’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그렇게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이라고, 벤처라고 그런 책무에서 예외가 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