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채팅] e스포츠 받아들이려는 IOC… 파리올림픽 142차 총회 주목

입력 2024-07-24 12:12

130년 역사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변화를 예고했다. 2024 파리올림픽 기간 중 142차 IOC 총회를 열어 사우디아라비아 올림픽위원회와의 12년 파트너십을 맺고 ‘올림픽 e스포츠 게임’을 개최하기로 결정할 예정이다. 동하계 올림픽과 패럴림픽, 청소년 올림픽에 이어 또 하나의 올림픽 대회가 열린다.

e스포츠를 받아들이기 위한 IOC의 준비는 치밀했다. 2017년 IOC 서밋에서 처음으로 e스포츠가 논의됐다. 2018년 e스포츠 포럼을 개최해 관련 이해집단이 참여하는 e스포츠 연락 그룹(Esports Liaison Group)을 구성했고, 이후 e스포츠 위원회(Esports Commission)로 승격해 관련 정책을 전담해 왔다. 2021년 발표된 IOC 로드맵 ‘아젠다 2020+5’에서도 버추얼 스포츠와 비디오 게임 커뮤니티와의 협력을 강조했다.

2021년 도쿄올림픽 사전 경기로 ‘올림픽 버추얼 시리즈’를 개최했고, 2023년 싱가포르에서 ‘올림픽 e스포츠 주간’을 개최하며 잠재력을 확인했다. 2023년 IOC 총회에서 토마스 바흐 위원장은 기존 올림픽 대회와 별도의 조직과 구조를 갖춘 e스포츠 대회를 공언했고, 그 결과가 바로 ‘올림픽 e스포츠 게임’이다.

IOC가 e스포츠에 적극적인 이유는 몇 가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올림픽 노쇠화를 돌파하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팬의 57%가 34세 미만인 e스포츠를 IOC가 포용해 미래 세대와의 접점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전통 스포츠와 e스포츠 간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e스포츠가 전통 스포츠를 대체하는 제로섬 관계라면 IOC가 포용하기 어렵지만, 서로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더 많다. 미국 프로스포츠 NBA와 NFL이 e스포츠 리그를 운영하는 이유다.

이미 스포츠와 전자 게임은 각각 디지털화와 스포츠화를 통해 서로에게 다가가고 있다. 전통적인 스포츠 종목들은 디지털 기술로 공간적 제약을 초월한 버추얼 스포츠를 현실화했고, 전자 게임은 스포츠의 양식을 차용해 페어플레이가 가능한 경기화를 이루며 프로리그까지 완성했다.

국제적 위상을 가진 IOC의 ‘올림픽 e스포츠 게임’ 정례화가 국제 스포츠계와 게임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작지 않을 것이다. 과거 아시안게임 등 국제 스포츠 대회에 e스포츠가 포함됐을 때 발생했던 일부 반발과 심리적 저항은 크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또 기존의 e스포츠가 특정 제작사에서 출시된 전자 게임 위주였다면, IOC는 실제 스포츠와 동일한 신체 활동을 하며 가상공간에서 경쟁하는 버추얼 스포츠까지 그 범위를 넓혀 e스포츠의 개념을 확장하게 된다.

개념의 확장은 사업 다각화로 이어진다. IOC는 버추얼 스포츠를 중심으로 전통 스포츠의 국제연맹(IF)과 협력하여 대회 개최를 주도해 왔다. 게임사가 주도하는 기존 e스포츠 생태계와 결이 다르다. IP를 사용하는 e스포츠 속성은 변함 없지만, e스포츠 이벤트가 시장화되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그 만큼 관련 산업도 성장할 수 있다.

‘올림픽 e스포츠 게임’의 도입으로 전통과 혁신의 조화를 기대한다.

김기한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