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詩로 쓰는 성경 인물] <1> 아담

입력 2024-07-23 03:06 수정 2024-07-23 10:12

내 안에 유리거울 하나 빛났지
당신이 나를 흙으로 빚고
코에 생기를 불어 넣었을 때…
그 거울에 비친 당신의 얼굴
산짐승과 날짐승들의 이름을 부르는 바람의 호명
태양 빛도 숨죽이던 날
하와의 하얀 손바닥 위에서 빛나던
빨간 선악과의 미혹
금단의 열매를 깨물었을 때
내 안에 유리거울이 깨지고
깨진 유리 파편 위로
검은 소나기가 세차게 내렸다
에덴을 잃어버린 후
지금도 소나기가 내리면
슬픈 소년이 된다.

소강석 시인·새에덴교회 목사

아담은 구약 성경 창세기에 등장하는 최초의 인간이다. 이 시는 아담을 화자로 하여 그 인식 및 심리적 동향을 서정적이며 감각적으로 들려준다. 시적 언술에서는 자기 안에 생성된 ‘유리거울 하나’를 찾아낸다. 그 거울에 하나님의 얼굴이 비치니 이는 ‘당신’의 훈도(薰陶)를 보여주는 반사판이다. 그런데 ‘빨간 선악과의 미혹’으로 거울이 깨지고 유리 파편 위로 ‘검은 소나기’가 세차게 내린다. 검은색이 표방하듯 어둠의 세력이다. 이 시의 뜻깊은 방점은 마지막 구절에 있다. 지금도 소나기가 내리면 시적 화자, 곧 아담은 ‘슬픈 소년’이 된다. 그 슬픔은 실낙원의 상실과 아픔에 대한 총칭이다. 소년은 현재형의 지위에 있다. 아담의 역사(歷史)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며 소년처럼 미숙했던 과거에 대한 회오(悔悟)가 거기에 있다. 시인은 시적 화자의 정황에 자신의 심경을 투영하며 그로써 값있는 시를 생성한다.

- 해설 : 김종회 전 경희대 교수(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