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회비 납부 미뤄진 삼성… 현대차그룹, 먼저 물꼬 ‘총대’

입력 2024-07-23 07:17 수정 2024-07-23 10:35
연합뉴스

삼성준법감시위원회(삼성준감위)가 지난해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원사로 복귀한 삼성 주요 계열사의 회비 납부에 제동을 걸었다. 한경협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었는지 의구심을 제기한 삼성준감위 위원들의 반대에 부딪힌 것이다. 재계 서열 1위 삼성이 주춤하는 사이 현대자동차그룹이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한경협에 회비를 내고 공식 회원사로서 활동을 시작했다.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려 한경협의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탈퇴한 지 7년 만이다.

삼성준감위는 22일 서울 서초구 삼성생명 서초사옥에서 정기회의를 열고 한경협 회비 납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찬희 삼성준감위원장은 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한경협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인적·물적 쇄신을 했는지 위원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한경협은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에 각각 약 35억원의 회비 납부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이달 초 한경협에 약 35억원의 회비를 납부했다.

지난해 8월 한경협 출범 당시 4대 그룹은 한국경제연구원 회원사 자격으로 우회 복귀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수십억원에 달하는 회비를 다시 낸 곳은 현재까지 현대차그룹이 유일하다. 회비 납부는 한경협 회원사로서 각종 공식 활동에 합류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삼성준감위와 달리 한경협의 쇄신이 적절하게 이뤄졌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다른 기업에도 상징적인 의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이 한경협 회비를 납부하면 주요 그룹이 뒤따라 동참할 것이라는 재계의 예상과 달리 현대차그룹이 총대를 멘 셈이다. 삼성 입장에선 향후 한경협에 회비를 납부하기로 결정하더라도 4대 그룹 복귀를 삼성이 이끌었다는 후대 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다. SK그룹은 계열사별 이사회 논의를 거쳐 이르면 이달 중 한경협 회비 문제를 매듭지을 것으로 전해졌다. 2017년 전경련에서 가장 먼저 탈퇴한 LG그룹은 여전히 내부 검토 중이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