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LG전자·포스코 등 국내 대표 제조 기업들이 생산 현장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생산성을 끌어올린다.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민·관의 올해 투자 규모는 2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안덕근 산업부 장관과 산업계·학계·연구계 인사 250명이 참석한 ‘AI 자율제조 얼라이언스 출범식’을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밝혔다.
AI 자율제조 얼라이언스란 12개 업종의 153개 기업·기관이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다. 제조업 분야에 AI 기술을 도입해 생산성과 안전성, 환경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참여 기업 매출액을 합하면 국내 제조업 전체 매출의 약 40%에 달한다.
우선 현대차는 AI 자율공장을 핵심 비전으로 내세웠다. 설계부터 출고까지 모든 생산요소를 데이터로 연결해 새로운 모델 생산에 필요한 준비 과정을 단축하고 시장 수요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AI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공정 자체의 효율성도 극대화할 수 있다. 문짝 등 특정 공정에서 측정한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차체 같은 연관 공정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면 보다 빠르고 정확한 조정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고숙련 용접공 부족에 시달리는 조선업도 AI 자율제조 기술에 기대를 걸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AI 기술을 활용해 용접 로봇에 고숙련 용접공의 노하우를 학습시키고, 딥러닝 기반의 용접 결함 검출 모델을 활용해 모니터링 정확도를 높일 예정이다. AI 기술과 저숙련 노동자의 협업으로 고숙련 용접공 없이도 고품질의 용접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구상이다.
포스코는 AI 도입으로 생산성과 안전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제선 공정에선 AI로 최적의 연·원료 투입 비율을 산출해 자동으로 투입하고, 고열 설비 관리에도 현장 작업자 대신 AI를 활용한다. 고온·고압으로 위험한 환경에서 작업자가 직접 설비에 접근할 일을 줄이도록 한다는 것이다.
얼라이언스는 올해 약 20개의 AI 자율제조 선도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2028년까지 총 200개 사업을 발굴해 추진할 계획이다. 관련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민·관 투자 규모는 올해만 2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선도 프로젝트에는 최대 1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제조업 현장의 AI 자율제조 도입률을 현재 5%에서 40% 이상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