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 등으로 한계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대출 상환 불능’ 상태에 빠지고 있다. 자영업자 연체율이 지속 상승하는 가운데 자영업자 5명 중 3명은 연체 또는 위기에 몰린 다중채무자로 나타났다. 이들의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2000만원에 달했다.
22일 한국은행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개인사업자대출 세부 업권별 연체율’ 자료를 보면 올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다중채무자는 178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73만명) 대비 5만3000명 늘어난 수치로 전체 자영업자의 57.0%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4분기(57.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자영업자 5명 중 3명 꼴로 금융 기관 3곳 이상에 빚을 지고 있다는 뜻이다.
다중채무자들은 금융권으로부터 총 752조8000억원을 빌렸다. 전체 자영업자 대출 잔액 1055조9000억원의 71.3% 수준으로 1인당 평균 대출액은 4억2000만원이었다. 최근 5년간 증가세도 가팔랐다. 2019년 1분기 436조7000억원이었던 다중채무자 대출 잔액은 2020년 1분기 478조5000억원, 2021년 1분기 572조원으로 늘더니, 2022년 1분기 675조4000억원, 2023년 1분기 737조5000억원으로 상승했다.
문제는 자영업자 연체율이 나날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들 다중채무자들이 연체율 상승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자영업자들의 연체율은 9~1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은 상태다.
은행권 대출이 막힌 자영업자들이 비은행권 대출로 넘어가면서 연체율 상승은 제2금융권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비은행권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1분기 기준 4.18%로 직전 분기(3.16%) 대비 1.02% 포인트 뛰었다. 2015년 2분기(4.25%) 이후 8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1년 전(2.54%)과 비교해도 1.64% 포인트 올랐다. 특히 저축은행은 직전분기(7.64%)보다 2.33% 포인트 급등한 9.96%로 10%에 육박했다.
한은은 이 같은 자영업자 연체율 상승에 대해 앞서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취약차주가 중심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한은은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자영업자 취약차주 연체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10.21%로 2015년 9월 말(10.58%) 이후 8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며 비취약차주 연체율이 0.41%인 것과 비교해 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더 이상 돈을 빌릴 여력이 없는 경우가 많다. 돌려막기에도 한계가 올 것이고 그렇게 신규 연체자가 된다”며 “자영업자 연체 문제는 우리 경제 뇌관이 될 수 있는 만큼 경제 전반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