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보드 셔틀부터 딥페이크까지… 신종 학폭 크게 늘었다

입력 2024-07-23 00:01
개인형 이동장치인 전동 킥보드를 청소년들이 타고 있다. 지난 1일 서울 도봉경찰서는 전동 킥보드를 타기 위해 초등학생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중학생 등 3명을 조사하고 있다. 사진은 이 사건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뉴시스

서울 도봉구에 사는 중학생 A군(15), B군(14)과 초등학생 C군(13)은 지난달 초등학교 3학년 D군의 휴대전화를 강제로 빌렸다. A군 등 3명은 D군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전동 킥보드 애플리케이션(앱)에 로그인하고 자신들 명의의 최소 결제 잔액(170원)이 든 카드를 등록했다.

A군 등은 전동 킥보드 이용 시 사용료가 카드 잔액보다 크면 미납액이 휴대전화 명의자에게 청구된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들은 D군에게 휴대전화를 돌려줬지만 몇 시간 뒤 D군은 전동 킥보드 대여 업체로부터 ‘전동 킥보드 사용료가 미납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킥보드 사용료를 떠안게 된 D군의 부모는 최근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 도봉경찰서 관계자는 “신종 학교폭력 유형인 킥보드 셔틀 사건”이라며 “A군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킥보드 셔틀과 같이 학교폭력이나 청소년 범죄 수법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서울 경찰이 접수한 학교폭력 및 청소년 범죄 가운데 성폭력·사이버 범죄가 급증했다. 딥페이크(인공지능을 활용한 이미지 합성) 기술을 악용한 청소년 성범죄도 확산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올해 1~6월 접수된 학교폭력 신고 건수는 468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했다고 22일 밝혔다. 올해 학교폭력으로 경찰이 검거한 건수는 1344건으로 지난해보다 30.2% 늘어났다.

가장 가파르게 증가한 학교폭력 유형은 성폭력·성희롱이었다. 관련 신고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 253건에서 올해 662건으로 161.7% 늘었다. 같은 기간 검거 건수도 217건에서 315건으로 45.2% 증가했다. 성폭력·성희롱으로 신고된 622건은 강제추행 55.9%, 성희롱 16.8%,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11.3% 등이었다.

강제추행의 경우 이성(47.3%)보다는 동성(51.9%)에 의한 강제추행이 더 많았다. 성희롱은 오프라인(36.9%)보다 온라인(63.1%) 비중이 더 컸다. 딥페이크 성범죄 신고는 올 상반기 20건이 접수됐다.

전체 학교폭력 신고 건수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초등학교(47%), 중학교(34%), 고등학교(15%) 순이었다. 폭력 발생 장소로는 학교 안(45.4%)보다 학교 밖(54.6%)이 더 많았다. 이는 사이버 학교폭력이 지난해 630건에서 776건으로 23.2% 증가한 영향이다.

청소년(14∼18세) 범죄는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살인·강도 등 강력범죄는 줄었지만 도박은 7건에서 23건으로 늘었다. 마약 범죄는 22건에서 35건으로 증가했다.

서울 경찰청은 여름방학을 맞아 청소년 성범죄와 사이버 도박, 마약, 절도 범죄 등에 대한 스쿨벨을 발령키로 했다. 스쿨벨은 경찰과 교육청이 협력해 신종 학교폭력 등이 발생한 경우 학부모 78만명과 1374개 학교에 범죄 사실을 알리고 예방책을 안내하는 알림 시스템이다.

윤예솔 기자 pinetree2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