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예인 팬클럽 행사장 같다는 민주당 전당대회

입력 2024-07-23 00:3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 대표 후보가 21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주먹을 쥐고 있다. 연합뉴스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가 사실상 이재명 전 대표 연임을 위한 요식 행위가 아니냐는 내부 비판이 제기됐다. 이 후보와 함께 당대표 경선 중인 김두관 후보는 22일 페이스북에서 “이번 전대는 연예인이 자신이 초대한 게스트와 함께하는 팬클럽 행사장을 보듯 한 사람을 위한 형식적 행사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집단 지성이 아니라 집단 쓰레기로 변한 집단은 정권을 잡을 수도 없고 잡아서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 측은 추후 후보 뜻이 와전돼 실수로 게재됐다면서 ‘집단 쓰레기’를 포함한 일부 내용을 삭제했다.

김 후보 지적은 표현이 다소 거칠긴 해도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는 이번 전대에 대해 응당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이기도 하다. ‘연예인 팬클럽’이란 말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이번 전대는 사실상 이 전 대표 연임을 미리 축하하는 자리처럼 비치고, 더 나아가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 경연대회처럼 치러지고 있다. 현재까지 이 대표 누적 지지율이 91.7%인데, 벌써부터 ‘1인 정당’ ‘제왕적 대표’가 우려된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일 강조하는 것도 “이재명정부를 만들어내겠다”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 “이재명을 죽이려는 저들을 부수겠다” “경북 출신 (이재명) 대통령을 얻게 된다”는 말들이다. 강성 지지자한테 잘 보이려는 의도이겠으나, 다른 당대표 후보 2명을 앞에 앉혀 놓고 이 전 대표를 향한 ‘충성맹세’를 하는 건 둘을 모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통상 새 지도부 출범을 위한 전대라면 당의 문제점을 끄집어내 반성하고, 당을 발전시킬 방안을 놓고 토론하고 경쟁하는 자리여야 한다. 다수 국민의 지지로 탄생한 당의 전대는 당원뿐 아니라 전 국민을 향한 보고대회 성격이기도 하다. 국민 여론조사가 30% 반영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렇기에 전대를 단순히 ‘명비언천가’를 부르는 자리로, ‘이재명 대통령’ 김칫국을 들이켜는 자리로 변질시키는 건 국민들한테도 도리가 아니다. 민주당 제 후보들이 이런 점들을 되새겨 남은 기간만큼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제대로 된 전대를 치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