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말씀에 어긋나는 건 아닌지 이혼이 망설여지는데… “이런 경우에도 결혼을 유지해야 하나요”

입력 2024-07-23 03:01
게티이미지뱅크

“이혼녀 딱지, 요즘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내 사정도 모르는 주변인 시선 때문에 앞으로 30년 더 참고 살겠다는 건가요.”

SBS 드라마 ‘굿파트너’ 주인공인 변호사 한유리(남지현 분)가 폭언과 폭력을 일삼는 남편과의 이혼을 망설이는 의뢰인에게 한 말이다. 이처럼 학대나 외도 등으로 유책 배우자의 잘못이 명확한데도 결혼 생활에 종지부를 찍는 걸 힘겨워하는 이들이 적잖다. 기독교인의 경우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지니라”(마 19:6)는 성경 말씀에 어긋나는 건 아닌지 염려하는 이들도 꽤 된다.

짐 뉴하이저 미국 리폼드신학교 기독교상담학 교수가 이에 도움 될 만한 글을 최근 미국 복음연합(TGC) 홈페이지에 올렸다. ‘성경은 이혼과 재혼에 대해 무엇을 가르치는가’란 제목의 글이다. 뉴하이저 교수는 “성경은 특정한 경우에 이혼과 재혼을 허용하지만 모든 기독교인이 이에 동의하는 건 아니다”며 “복음주의자가 일반적으로 바라보는 이혼과 재혼을 소개하고자 한다”고 집필 배경을 밝혔다.


그가 정리한 이혼과 재혼에 대한 성경적 견해는 두 가지다. 첫째는 ‘결혼의 영속성’을 강조하는 시각이다. 이를 지지하는 이들은 “기독교인은 결코 이혼을 주도해선 안 되며 이혼했더라도 전 배우자가 사망한 이후에 재혼할 것”을 권고한다. 설혹 가정 폭력이 있더라도 “한 사람의 특수한 상황으로 성경의 명확한 지침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이보다 대중적이고 주류인 시각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24장을 인용한 두 번째 견해다. ‘이혼이 하나님의 이상에 어긋나긴 하나 배우자가 결혼 언약을 극악하게 위반했다면 예외를 둘 수 있다’는 것이다.

성경은 결혼을 ‘평생의 동반자’(창 2:24)를 맞는 과정으로 묘사한다. 또 부부가 결혼생활 유지를 넘어 함께 기쁨을 누리는 관계로 성장하는 걸 이상적으로 본다.(전 9:9) 결혼은 ‘하나님이 짝지은 것’이기에 배우자에 대한 의무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 뉴하이저 교수는 “기독교인은 성경에 어긋나는 이혼을 장려해선 결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하나님 은혜로 변화될 수 있는 부부 관계도 분명 많기에 결혼 생활을 너무 쉽게 포기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성경적 근거가 있는 이혼 사유로는 ‘성적 부도덕’과 ‘결혼 생활을 고의로 소홀히 함’ ‘극악무도한 억압과 학대’를 꼽았다. 다만 이들 사유에도 경중이 있으므로 지혜롭게 판단한 필요가 있다고 봤다. 가령 성적 부도덕의 경우 “배우자의 간통 행위는 이에 명백히 해당하지만 포르노 탐닉 등의 사안에는 분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기독교인이 배우자의 잘못으로 힘겨운 결혼 생활을 견뎌내는 이들에게 하나님이 허락한 보호와 자유를 누리는 걸 제한해선 안 된다”며 “동시에 간통 후 재혼 등으로 성경 말씀을 어기는 걸 격려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