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비판 넘어 미디어 속으로 뛰어들라”

입력 2024-07-23 03:01
한 크리스천이 기독교 세계관을 상징하는 망원경을 통해 스마트폰 속 미디어 콘텐츠를 감상하는 모습을 인공지능(AI)으로 형상화한 이미지. 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

‘막장 미디어’가 범람하는 시대를 어떻게 건너야 할까. 전문가들은 기독교 관점의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를 제시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 속 정보와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분별하는 주체적 능력을 말하는데 교계 차원에서는 크리스천의 신앙 성장을 도모하면서도 복음 전파를 실천할 수 있는 미디어 교육·활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세계관 충돌

세계관은 어떤 지식이나 가치관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말한다. 성경적 가치와 기준을 갖고 살아가는 기독교인은 미디어를 통해 유입되는 세속적 세계관과 충돌을 겪을 수밖에 없다.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2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세속적 세계관은 역사적 과정을 거쳐 자연 발생한 사상·경험·종교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고, 성경적 세계관은 하나님의 계시인 성경에서 형성된 것”이라며 “성경적 세계관을 갖고 세상을 살아가는 기독교인은 세계관 충돌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작금의 교회 관습이 급변하는 시대적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점도 세계관 충돌을 야기한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교계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백광훈 문화선교연구원장은 “지난 10년과 비교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연구는 오히려 감소했다”면서 “미디어 환경이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교회 현장은 미디어가 사회에 미치는 강한 영향에 무력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신앙생활과 뗄 수 없는 미디어


미디어의 영향력은 신앙생활에도 지대하게 작용하고 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지난해 초 조사한 ‘한국기독교분석리포트’에 따르면 개신교인 가운데 “미디어를 통해 신앙 성장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10년 새 1%에서 19%로 약 20배 증가했다. 미디어가 흥미 위주의 오락거리를 뛰어넘어 실질적으로 신앙을 자라게 만드는 가치생산물로 발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수진 장신대 미디어트랙 교수는 “미디어 자체가 문화가 된 시대다. 한국교회는 미디어를 기독교 관점에서 활용 방안을 고민할 때”라며 “기독교인에게는 미디어를 단순히 분별하는 것을 넘어서 미디어 속으로 직접 뛰어들어야 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디어환경이 급변하는 동시에 디지털화되면서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의 개념은 읽고 분석하고 비판하는 차원을 넘어 적극적인 참여와 제작의 과정까지 확대되고 있다. 조 교수는 “한국교회가 기독 미디어 콘텐츠의 지속적인 창작을 위해 창의성을 가진 젊은 세대에게 교계 차원의 재정적 지원과 격려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독 미디어 플랫폼 활용하자

백 원장은 “미디어에 등장한 콘텐츠들을 기독교 세계관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능력의 함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지난달 개봉해 800만 관객이 관람한 애니메이션 영화 ‘인사이드 아웃2’의 경우, 영화에 나오는 기쁨 불안 등 인간의 기본적 감정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실천방안도 제시됐다. 유튜버인 최진헌 전도사는 “1인 미디어 시대 흐름에 맞춰 적극 활용하라”고 제안했다. 최 전도사는 “1인 미디어 시대를 사는 기독인에게 미디어는 ‘복음전파의 창구’다. 개인 미디어와 SNS를 통해 참된 그리스도인의 삶을 알리고 올바른 복음을 전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기독교 미디어 플랫폼의 활용’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국민일보와 같은 기독언론 등이 양질의 기독교 콘텐츠를 적극 생산하고 이를 소비할 수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플랫폼이 함께 활성화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수연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