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빛을 낮이라 부르시고 어둠을 밤이라 부르시니라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니라.”(창 1:5)
기독교는 희망과 약속의 복음입니다. 밝고 아름다운 내일의 세계를 위한 ‘상황 극복’의 복음이고 외침이며 계시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한국교회는 그런 약속 실현의 현장입니다. 가혹하고 참담한 일제 치하에서도 530만여명의 사상자를 낸 한국전쟁에서도 우리는 기도하고 찬송하며 하나님의 손길을 믿고 미래를 약속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오늘날 우리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거대 국가로 부상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 대형교회의 절반 이상이 한국에 있다고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가 한국에 있다는 말입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한때 등록 교인이 100만여명에 달했습니다. 영국 국영방송 BBC는 일제의 모진 식민지 압제와 한국전쟁으로 인한 전국적 파괴를 겪었음에도 한국이 지금 세계 창조 국가의 모델이라며 놀라워했습니다.
저는 얼마 전 충남 논산훈련소에서 울려 퍼진 수천 명 군인이 부른 ‘실로암’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어두운 밤에 캄캄한 밤에 새벽을 찾아 떠난다….” 하늘 저 멀리까지 그 찬양이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동천에 새벽이 뭉게뭉게 터져 솟는 것 같았습니다. 이처럼 기독교에는 일으키는 힘이 있습니다. 어둠을 밝히는 힘이 있습니다. 선교사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은 1884년 가을이었습니다. 그런데 겨우 2년이 지나 미국북장로교 선교부가 본국에 이런 보고서를 올립니다. ‘한국은 기독교의 열매로 부강한 나라가 될 것입니다. 심지어 강대국이 될 것입니다.’ 한국에 기독교인이 전국에 1000여명 정도일 때의 일입니다.
1893년 봄 한국의 정치가·교육자인 윤치호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400주년 기념 세계박람회’에 갔습니다. 그때 그는 초라한 한국관을 저 멀리에서 바라보고 흐느끼며 몇 시간 서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기도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조선도 다른 나라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문명한 나라로 만들어 주소서. 우리 겨레들도 어느 날엔가는 자유에 대해서 말을 하고 자유를 누릴 날이 오게 하소서.’
1905년 을사늑약으로 우리나라가 일본에 유린당하고 일제가 한국을 세계에서 고립시켜 놓던 때입니다. 그런데 그때 평북 영변에서 사역하던 선교사 요한 무어가 이런 글을 올립니다. ‘하나님께서는 한국을 특별한 때에 특별한 일을 맡기시려 하십니다. 곧 동방의 이스라엘로서 구원의 횃불을 들게 하려고 하십니다. 그때 세계 문제는 제대로 해결되고 만국을 구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 세계에서 고립되고 일본에 나라가 수탈당하던 바로 그 순간, 한국이 세계 만국을 구원한다는 외침이었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기독교의 힘입니다. 어두운 밤 캄캄한 밤에 새벽을 찾아 떠나는 행군입니다.
1907년 7월 정미조약으로 우리 조정이 다 일제 손에 넘어갔을 때입니다. 그해 9월 한국에 모인 한국장로교독노회 회의장에는 만국기가 휘날리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사라지는 순간인데 세계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세계구원을 기도하고 있었다는 뜻입니다.
일제치하에 있던 3·1운동 당시에는 독립선언서를 통해 ‘온 세상에는 새로운 봄날이 다가오고 있고 만물이 소생하기를 재촉하는도다’라고 선언했습니다. 문화운동가 최남선이 기독교 정신으로 작성한 선언서는 이런 정신을 천명한 것이었습니다.
기독교 복음에는 거대한 힘이 있습니다. 저녁에 아침을 보는 비전이 있습니다. 시련과 암흑 절망이 싸여 있다고 할지라도 이를 해치고 광명한 아침 밝은 아침을 열어가는 동력이 있습니다.
민경배 웨이크신학원 석좌교수
◇민경배 웨이크신학원 석좌교수는 중앙고, 연희대 신과대학, 연세대 대학원, 영국에버딘대 신학원, 런던대 대학원 졸업했습니다. 연세대 교수와 연합신학대학원장, 서울장신대 총장, 백석대 석좌교수를 역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