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결연 통해 생긴 개인·가정·공동체, ‘믿는 사회’ 되도록 이을 것”

입력 2024-07-24 03:07
지난 4월 취임한 최창남 기아대책 회장이 지난 19일 서울 강서구 기아대책 사옥에서 국민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소형 교회를 위한 기아대책의 선교 허브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반 평생을 기업인으로 살아오다가 지난 4월 국제구호단체인 희망친구 기아대책 회장으로 취임한 최창남(58) 회장. 처음엔 기아대책 사역을 ‘나중에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날 깨달음을 얻었다. 그 일이 나중에 할 일이 아니라 지금 바로 해야 할 ‘하나님의 일’이라는 걸.

최 회장은 취임 직후 여러 사역들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지난 19일 서울 강서구 기아대책 사옥에서 가진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그동안 결연을 통해 개인·가정·지역공동체 단위가 ‘점’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이제는 그 점들을 예수님 믿는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하나로 잇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젊은 세대가 선교사로 파송되는 게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 해외 현지의 전도유망한 인재들을 발굴하고 이들을 지역사회 리더 및 선교사로 성장시키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무엇보다 “예수님을 중심에 두고 사역을 해간다면 우리가 초심을 잃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날이 갈수록 국제구호 및 선교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항상 그분의 도우심을 구하면서 간다면 능히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아대책 사역에 뛰어든 계기는.

“그동안 경제활동을 하는 것에만 치중하고 다른 영역은 눈길 두지 않고 살아왔다. 62세 때 은퇴하고 나서 하나님을 위한 일을 하겠다고 서원한 적이 있었다. 지난해 기아대책 회장 지원서를 작성할 때 ‘지금의 것 다 하고 나서 나중에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 하면 그때 마음은 또 변해서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 하나를 포기하고 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때가 되면 선교하러 가고 여름철에 비전트립 가는 정도만 하는 것은 하나님을 위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포기하고 가야 하는데. 처음엔 어마어마한 포기라고 느껴졌지만 생각해보니 포기가 아니었다. 그 고민을 내려놔도 될 만큼 하나님은 그 전에 많은 부분을 부어주셨다.”

-신앙은 어떻게 갖게 됐는지.

“모태신앙이다. 성인이 됐을 때 아내가 “당신을 이렇게 한 것은 하나님이야”라고 말했다. 그때 아내에게 “내 능력은 아닌 것 같아. 신이 나를 도와주는 것 같다”고 표현했는데, 아내가 “그게 하나님이지. 어머님이 당신을 위해 기도하시는데 그건 하나님이야”라고 했다. 그 순간, ‘그렇지. 하나님이지. 나는 크리스천이지’라고 생각했다.

이 이야기는 30년 전인 1994년 때 이야기다. 그때부터 하나님을 알아가고 있다. 당시 담임목사님 한 분이 일반 회사 다니시다가 목회하신 분이셨는데, 그때 저는 한창 돈을 벌면서 바쁠 때였다. 목사님이 나의 상황을 이해해주시면서, 또 이해되게 이야기해주시면서 신앙생활에 대해 제언해주셨던 기억도 떠오른다.”

-하나님의 특별한 인도하심을 경험한 때가 있나.

“지난 과정 속에 하나님은 늘 계셨다. 중간에 어마어마한 수입이 생길 수 있었는데 그것도 하나님이 안 되게 해주셨다. 그 사건을 두고 아내는 그 때 그만큼의 돈을 더 벌었다면 우리 가정은 깨어졌을 거라고 말한다. 아마 두려웠던 것 같다. 돈을 많이 벌게 되면 교회는커녕 몸은 세상에 가 있고 교회는 잠깐 들르는 곳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하나님이 아시고 안되게 하셨다. 오히려 그동안 주셨던 것을 감사함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정신을 바짝 차릴 수 있는 계기였고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임기내 기아대책에서 역점을 둘 사역은.

“35년의 역사를 지닌 기아대책은 수많은 아동들과 아동 결연이라는 축으로 사역이 이어져왔다. 예수님을 중심에 두고 사역을 해간다면 우리가 초심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우리의 정체성을 갖고 한다면 잘함은 쫓아 올 것이다. 그동안 개인 결연을 통해 개인, 가정, 지역공동체 단위가 점으로 돼 있다. 이제는 그 점들이 예수님을 믿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이룰 때다.

점들을 하나로 잇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 스스로 지역공동체 자립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젊은 세대가 선교사로 파송되는 게 어려워지는 시기다. 거꾸로 그 지역의 리더를 발굴해서 잠재역량들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들을 지역사회 리더 및 사역자로 성장시키고 심는 것이 기아대책이 해야 할 일이다. 이것이 이뤄지면 기아대책은 또 다른 곳을 향해간다.”

-교회를 대상으로 역할도 눈길을 끈다.

“기아대책이 지향하는 선교 사역의 모양은 중소형 교회를 위한 선교 허브 역할이다. 선교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다 알 수 있고 제공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보는데, 기아대책이 그런 선교 허브 역할을 하는 존재가 됐으면 한다. 하나님은 앞의 어느 부분을 포기하게 만드셨지만 더 큰 비전을 이어가게 하신다.

과거 34년 동안 직장에서 경험한 요소들이 지금 다 쓰이고 있다. ‘왜 그 시절에 그 부서로 갔을까. 갑자기 어느 한 곳에 봉사를 가게 됐을까. 왜 다시 내려와서 한다고 했을까’ 등등이 기아대책 사역을 해 나가는 데 연결되는 부분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점들을 이어나갈 때 필요한 경험이고 훈련이었다.”

글·사진=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