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하반기 홍콩 H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한 이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시작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H지수가 상반기 상승분 일부를 반납하며 예상 손실 폭이 다시 커지고 있다. 시장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집권 1기 시절보다 미·중갈등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H지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사태 이후 닷새 동안 5.62% 하락해 19일 6165.04에 마감했다. 지난 18일(0.15%) 하루 소폭 반등한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내렸다. H지수는 중국 부동산 경기 부진 등으로 올해 1월 22일 5001.95까지 추락했으나 그 이후 중국 정부의 밸류업 정책 기대감 등으로 반등했다. 지난 5월 20일에는 6964.99까지 오르며 하반기 만기를 앞둔 H지수 투자자를 중심으로 손실 회피는 물론 수익까지 챙길 수 있다는 희망이 나왔다.
업계에 따르면 2021년 하반기 판매돼 올해 하반기 3년 만기를 앞둔 H지수 ELS 규모는 약 4조원으로 추산된다. ELS 상품마다 상환 조건이 다르지만 통상 만기 때 H지수가 가입 시점의 65~70% 이상이면 원금에 약속한 수익을 돌려받을 수 있다. 2021년 하반기 H지수가 8096~1만415 사이를 오간 것을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 H지수가 7000에 가까워질수록 손실 구간에 벗어난 상품이 늘기 시작한다.
유안타증권은 올해 하반기 H지수가 6월 평균 수준(6456.11)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손실률이 마이너스(-) 23~28%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했다.
H지수의 방향성은 시중은행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다. H지수가 상승하면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ELS 투자자에게 일부 손실을 보상 중인 5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의 보상 규모도 줄어들 수 있다. 은행들은 ELS 손실보상금을 이미 충당금으로 쌓아 뒀는데, 예상보다 관련 손실이 줄면 추후 충당금 일부를 환입해 실적에 반영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1기였던 2018년 총 2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에 성공하면 중국산 수입 물품에 60% 이상 관세를 부과하는 보다 강력한 대중 압박 정책을 펼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자동으로 최혜국 관세를 적용하는 근거인 ‘항구적 정상무역관계(PNTR)’ 지위를 박탈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