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송강호 배우와의 만남을 계기로 앞으로도 한국과 일본이 영화를 통해 좋은 교류를 해나가면 좋겠다.”
일본 배우 야쿠쇼 코지와 배우 송강호는 ‘칸의 남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우연히 만난 걸 제외하면 개인적 인연은 없다. 두 사람은 21일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에서 진행된 ‘퍼펙트 데이즈’ 씨네토크에서 다시 만나 영화와 연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도쿄의 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야쿠쇼 코지)의 평범한 일상을 담은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개봉 15일 만에 4만 관객을 모으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를 계기로 야쿠쇼 코지는 15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퍼펙트 데이즈’는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1987) ‘파리, 텍사스’(1984) 등을 연출한 독일의 거장 빔 벤더스 감독이 연출했다. 일본 도쿄 화장실 프로젝트 측으로부터 제안받아 시작된 이 영화는 도쿄 시부야 지역의 공중화장실 17곳에서 촬영됐다. 야쿠쇼 코지는 “프로젝트의 취지를 듣고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화로 개봉이 안 돼도 참여하겠다고 생각했다”며 “만약 이 작품을 봉준호 감독이 촬영했다면 송강호가 히라야마를 맡았을 것 같다. 빠른 사람이 이긴 것”이라고 하자 좌중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송강호는 ‘퍼펙트 데이즈’에 대해 “‘무심한 나뭇잎 사이로 한줄기 햇빛, 말 없는 야쿠쇼 코지란 위대한 장인의 미소. 가늠할 수 없다’는 한줄평을 했었다”며 “배우의 깊이나 ‘퍼펙트 데이즈’가 추구하는 삶에 대한 아름다움의 깊이를 도저히 가늠할 수 없단 느낌이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들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서로가 출연한 영화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작품을 꼽기도 했다. 야쿠쇼 코지는 ‘살인의 추억’을 언급하며 “작품도 훌륭했지만, 영화 속 인물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느낌을 주는 게 정말 매력적인 배우”라며 “처음 ‘살인의 추억’을 봤을 때 ‘대단한 배우가 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우나기’를 꼽았다. 그러면서 “아내를 살해하고 피범벅이 돼서 자백하는 연기를 보며 ‘이런 연기를 이런 깊이로 표현할 수 있는 배우는 야쿠쇼 코지밖에 없다’는 얘기를 아직도 봉 감독과 한다”고 했다.
40여 년간 배우 생활을 이어온 두 사람은 연기의 불완전함을 원동력 삼아 긴 시간을 달려왔다는 이야기를 했다. 야쿠쇼 코지는 “머릿속으로 생각한 대로 몸도, 연기도 잘 따라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며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계속 도전해오다 보니 40년여간 이 일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야쿠쇼 코지가 연기에 대한 아쉬움으로 하루하루의 일상을 반복하며 그의 삶의 궤적을 그려왔듯 ‘퍼펙트 데이즈’는 그렇게 반복되는 하루와 삶에 대한 찬사를 보낸다. 송강호는 “요즘은 자극적이지 않으면 주목받지 못하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 우리의 본모습을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퍼펙트 데이즈’의 의미가 더 크게 와닿았다”며 “우리는 끊임없이 한 걸음씩 나아갈 뿐 인생은 완성이 아니란 진리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