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재배·합리적 가격… ‘매출 역주행’ 국산 생블루베리

입력 2024-07-22 07:11
전남 화순의 영글어농장 비닐하우스에서 김윤재 대표가 갓 수확한 생블루베리를 양손 가득 들어보이고 있다.

지난 18일 찾은 전남 화순의 ‘영글어농장’. 국내 최대 규모의 블루베리 농장의 비닐하우스는 언덕 너머까지 끝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늘어서 있었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직원들은 이른 시간부터 분주히 움직였다. 잘 익은 블루베리를 일일이 손으로 따는 작업이 오전 내내 진행됐다.

김윤재(49) 영글어농장 대표는 “일반적인 하우스와는 다르게 바람은 통하게 하면서 온도는 적정선을 유지하는 비가림 하우스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비가 와도 블루베리를 수확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재배는 친환경적으로, 수확은 수작업으로 진행해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는 김 대표의 설명이 이어졌다.

전남 화순 영글어농장 비닐하우스가 늘어서 있는 모습.

블루베리를 소쿠리 가득 채우고 나서야 김 대표와 직원들은 몸을 일으켰다. 블루베리가 비에 젖지 않도록 신문지로 감싸 농장을 뛰어다니기도 했다.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선별장에선 직원들이 품질 좋은 블루베리를 골라내고 있었다. 블루베리는 2차 선별장에서 마지막 시험을 치른 다음 대형마트·슈퍼 등 유통업체에 보내진다.

때 이른 폭염의 여파로 지난 몇 달간 배, 사과 등 주요 과일 가격이 널뛰며 수입 과일이 인기를 끌던 당시에도 효자 노릇을 한 국산 제품이 생블루베리다. 안정적인 가격을 기반으로 오히려 매출이 지난해보다도 늘었다. 이마트가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국산 생블루베리는 올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누적 매출 신장률이 전년 동기간 대비 45% 증가해 국산 과일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일반적인 과일과 달리 생블루베리 산지는 전국에 퍼져있다. 품종별로 수확 시기를 나눠 3월부터 9월까지 장기간 수확할 수 있다. 하우스 재배가 많이 이뤄져 기후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힌다. 특히 올해는 작황 호조로 산지 물량이 늘어났다. 생장 시기에 병충해가 없었고, 수확을 시작한 4월부턴 일조량이 충분했다.

영글어농장 직원이 자체 선별장에서 품질 좋은 블루베리를 고르는 모습.

다만 이번 달부턴 강력한 경쟁자를 마주했다. 제철을 맞은 미국산 생블루베리가 시장에 나오면서다. 미국산의 강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대규모 생산이 가능하고, 현지 인건비가 국내보다 낮아 단가가 낮게 책정된다. 반면 국산은 친환경 제품으로 승부한다. 상당수 국산 제품의 경우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은행나무잎의 자연 독성을 활용해 병충해를 예방한다.

지난해 이마트에선 미국산 생블루베리가 국산보다 2배 더 많이 팔렸다. 그러나 이달 기준 국산 매출은 미국산보다 5% 높은 상황이다. 김 대표는 “10년 전만 해도 미국산과 국산의 매출 차이가 거의 10배는 났었지만 이젠 차이가 크게 좁혀졌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지난 5월부터 상시할인 행사를 통해 국산 생블루베리 200g을 6000~7000원대 사이 가격에 선보이고 있다. 현재 이마트에선 국산 생블루베리 200g에 6800원, 미국산은 310g에 7980원으로 판매 중이다. 이마트는 올해 지역 주재 바이어를 통해 익산, 김해, 담양 등 산지를 추가로 확보하면서 안정적으로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화순= 글·사진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