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에 뒤척뒤척… 꿀잠 자고 싶다면 열을 낮춰라

입력 2024-07-23 12:05
게티이미지뱅크

장맛비와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밤마다 열대야도 사람들을 괴롭힌다. 열대야는 밤에도 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밤 기온이 높으면 생체 리듬이 깨지면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잠이 들더라도 숙면을 취하기 힘들다.

사람은 잠자기 2시간 전 가장 높은 체온을 유지한다. 이후 수면과 함께 점차 체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며 잠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분비되면서 깊은 잠을 유지하게 된다. 체온은 잠에서 깨어나기 2시간 전까지는 내려갔다가 이후 조금씩 높아진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신원철 교수는 22일 “그런데 잠자는 동안 대기 온도가 25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으면 높은 대기 온도로 인해 체온이 떨어지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멜라토닌 분비가 되지 않아 깊은 잠에 들기 어렵고 자주 깨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며칠씩 밤잠을 설치면 몸에 이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왠지 피곤하고 맥이 풀린 것 같다. 머리도 아프고 소화도 잘 안 된다. 열대야로 인한 불면의 밤, 조금이라도 이 문제를 해소할 방법은 없을까.

가장 중요한 건 침실 환경을 서늘하고 시원하게 유지하는 것이다. 낮 동안 블라인드와 커튼을 사용해 뜨거운 햇볕과 공기가 집안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이 좋다. 최근 블라인드와 커튼, 필름 시공을 통해 태양열을 차단할 수 있는 제품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신경과 전문의) 원장은 “잠들기 전 어두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조명의 조도를 낮추고 색온도가 낮은 오렌지색 조명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 또 스마트폰, 노트북 등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는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하기 때문에 사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밤에는 열이 많이 발생하는 전자기기를 적게 사용해야 한다. 고성능 PC, 대형 TV도 열이 상당히 많이 발산되므로 되도록 짧게 사용하거나 취침 1~2시간 전에는 쓰지 않는 것이 좋다. 자기 전에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1∼2시간 켜 놓아 집안 온도를 낮춘 후 잠자리에 드는 것도 방법이다.

통기가 잘 되는 시원한 침구류 사용도 권장된다. 면, 텐셀(친환경 섬유), 대나무 레이온 소재 등 통기성 소재의 침구류를 사용하면 몸의 수분을 쉽게 흡수하고 빨리 증발해 체온이 빠르게 낮아진다. 쿨링 매트리스와 패드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베개는 좀 딱딱하지만 바람이 잘 통하는 메밀, 겨로 된 것이 추천된다.

특히 메밀은 성질이 차고 기운을 아래로 내리는 작용을 한다. 더위로 머리가 뜨끈하고 기운이 위로 솟구쳐 잠을 이루지 못할 때 메밀을 안에 넣은 베개는 머리를 시원하게 해 준다는 게 한방 전문가들 의견이다.

수분 섭취에도 신경 써야 한다. 자기 전 외 시간에도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 몸을 시원하게 유지할뿐더러 낮에 온열질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잠들기 전 차가운 얼음물을 마시면 체온을 일시적으로 빠르게 낮춰 수면에 도움 된다.

밤에 찬 음료나 수박은 가급적 피하고 허기를 느낄 땐 따뜻한 우유나 둥글레차, 두충차 같은 한방차를 마셔 보는 것도 좋다. 특히 둥글레차는 중추신경계를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어 피로를 풀어주고 졸음을 유발하기 때문에 숙면을 취하는 데 도움 된다. 하수오와 오미자를 섞어 달인 뒤 차갑게 해서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좋은 수면을 위해서는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열대야에는 찬물 샤워도 권장된다. 신 교수는 “보통 날씨에 찬물 샤워를 하면 혈관이 수축하고 몸을 흥분시키는 교감신경을 항진시켜 깊은 잠을 방해하지만, 열대야는 높은 기온이 지속되므로 빠르게 체온을 낮춰주는 것도 괜찮다”고 말했다.

습도는 제습기를 사용해 수면에 가장 좋은 50% 내외로 조절한다. 높은 습도는 방을 더 덥게 만들어 잠들기 어렵고 자주 깨게 만들어 깊은 수면을 방해한다. 에어컨은 도움 되는 것이 맞지만, 너무 낮은 온도로 설정하면 냉방병을 일으킬 수 있다. 체온이 너무 낮아지면 혈관 수축을 일으켜 몸속 높은 심부 체온의 발산을 박아 오히려 체온이 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 방 안 온도를 고려해 23~26도로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면에 좋은 지압도 활용해 보자.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과 김종우 교수는 “열을 끌어 내리는 혈자리인 뒷머리 아래의 풍지혈, 발바닥의 용천혈, 다리의 신맥혈·족삼리혈 등을 지그시 누르고 비벼주면 진정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발바닥과 다리를 따뜻하게 하도록 반신욕이나 족욕을 하는 것도 도움 된다. 역시 열을 끌어 내리는 효과가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