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일 경남 양산과 서울 마포구 홍대의 한 다목적 공간에선 각각 새 출발선에 선 예배가 드려졌다. 흔한 개척교회 첫 예배 현장 같지만 이들 공동체에는 의미 있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개척을 준비하는 개척교회’란 점이다.
두 교회 이름에는 예배 공간이 위치한 지역 앞에 같은 타이틀이 붙는다. 라이트하우스다. 그래서 각각 라이트하우스 양산(임희원 목사), 라이트하우스 홍대(노원경 목사)로 불린다. 이는 곧 공동체가 추구하는 본질과 맞닿아 있다. 바로 ‘모이는 교회’와 ‘흩어지는 사명’을 기치로 2019년 5월 시작된 교회개척운동 라이트하우스 무브먼트(대표 홍민기 목사)다.
이날 라이트하우스 양산과 홍대는 각각 라이트하우스 해운대(홍민기 목사)와 서울숲(임형규 목사)으로부터 분립 개척해 첫 예배를 드렸다. 홍민기 목사는 2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단한 비전이나 꿈을 실현시킨 게 아니라 그동안 연습해오던 ‘로드십’(Lordship, 하나님만이 주인이심)을 구현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한국교계에서 말하는 분립 개척이란 통상 성도와 재정 등 안정화 단계를 넘어 일정 규모 이상의 공동체가 그 일부를 분리해 독립된 교회를 이루는 것으로 인식돼 있다. 출석 성도 수, 재정 자립도 등의 기준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라이트하우스 무브먼트의 경우 교회 개척과 동시에 다음 개척을 준비하는 연습을 하고, 수천명이 아니라 100~200명이 모일 때 이를 구현하는 과정에 착수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홍 목사는 “안정은 ‘나의 것’ ‘내 성과’로 여기게 하는 속성이 있다”며 “교회는 오직 하나님의 것이라는 생각, 일정하게 모이는 공간이 아니라 어디든 교회가 될 수 있고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이 훈련돼 있을 때 자연스레 세워지는 게 분립 개척 교회”라고 설명했다.
방배(서울), 해운대(부산), 댈러스(미국) 3곳에서 출발했던 라이트하우스 무브먼트는 5년여 만에 수도권과 부산 인천 대전 울산 경남 전남 등 26곳으로 등대의 지경을 넓혔다. 임형규 목사는 “100명 모이면 200명 모일 공간을 빚내서 마련하고, 200명이 되면 빚내서 300명짜리 예배당을 마련하는 방식은 결국 흩어짐이 아니라 응집만 하려는 생존 싸움”이라고 했다. 이어 “시점에 차이가 있을 뿐 언젠가 흩어져 다시 개척 공동체로 출발할 것이란 마음가짐을 예배 시간에 끊임없이 공유하고, 자율적으로 하우스(소그룹 모임)를 활성화해 그 모임들을 중심으로 개척이 이뤄지도록 지원해 온 것이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그의 설명대로 라이트하우스 무브먼트의 교회에는 ‘개척교회 성도’와 ‘앞으로 개척할 성도’로 구성돼 있는 셈이다.
교회개척운동을 시작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코로나19 팬데믹을 마주해야 했던 것은 분명 위기였다. 동시에 라이트하우스 무브먼트 소속 성도들에겐 로드십을 온전히 훈련하는 기회가 됐다. 라이트하우스 해운대의 경우 개척 초기 일요일 낮 시간대에 빌려 쓰던 지역 내 고등학교 강당이 폐쇄되면서 예배를 위한 유목 생활을 거쳐야 했다. 공연장, 호텔 예식장은 물론 성도가 운영하는 산중턱 식당 마당에서 모이기도 했다. 홍 목사는 “공간을 넘어서는 야성을 갖게 해준 시기이자 성도 스스로 ‘어디든 우리가 가면 교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체험하는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광야 같은 생활을 통과하고 이제 막 안정감을 느낀 성도가 또 다른 광야를 향해 걸음을 나서는 건 쉬운 결단이 아니다. 광야 시절을 함께 보내며 가장 든든한 동역자가 돼줬던 성도를 떠나보내야 하는 목회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임 목사는 “홍대로 파송식을 하던 날 마치 팔이 잘려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고 눈물도 났다. 하지만 우리가 흩어져 교회가 되는 것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며 가치 있는 행동이란 확신이 무엇보다 컸다”고 밝혔다. 그는 “개척 초기의 열악한 상황을 힘겹게 통과하며 얻은 안정감이 분립 개척으로 인해 다시 불안정으로 돌아서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전혀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분명 서울숲의 주일 예배 성도 중 30명을 홍대로 보냈는데 같은 시간 주일 예배 출석 인원에 변동이 없었다”며 “하나님의 일하심과 채우심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며 웃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