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순(70) 사모는 12년 전 남편 신중호 목사를 갑작스러운 사고로 떠나보냈다. 슬픔에 잠길 새도 없이 이 사모는 신학을 공부하고 노인요양센터를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총회장 류승동 목사) 산하 홀로 남은 사모들의 모임인 안나회와 연이 닿아 아픔을 나누며 위로를 얻은 그는 그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모들에게 눈길이 갔다.
안나회에는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어 어린 자식을 책임져야 하거나 인생 2막을 준비할 새도 없이 교회에서 쫓기듯 나오는 등 말 못 할 사연을 가진 사모들이 많았다. 그는 2년여의 준비 끝에 지난달 홀로 남겨진 사모를 위한 공동체를 열었다. 충남 태안군 태안나(태안+안나) 공동체다.
21일 서울에서 만난 이 사모는 “교회가 두 달 안에 사택을 비워달라고 했는데 보증금 2000만원이 없어 친척들에게 손을 벌리는 사모님도 봤다”면서 “홀로 된 사모들이 서로 의지하며 살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꿈을 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어머니의 유산을 털어 낡은 펜션을 사들여 태안나공동체를 꾸몄다. 3382㎡(약 1023평) 대지에 독채 형식 건물 9채와 넓은 텃밭이 마련됐다. 현재는 쉼이 필요한 사모와 여선교사가 ‘한 달살이’ 개념으로 함께 생활하고 있으며 곧 입주자를 모집한다.
이 사모는 태안나공동체가 사모들의 친정 같은 역할을 하는 안식처가 되길 바라고 있다. 훗날 거동이 어려운 사모도 입소할 수 있는 요양시설을 세우는 꿈도 꾸고 있다.
“사모들도 남편 못지않은 사명감으로 교회를 위해 헌신하고 있어요. 아픔을 딛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홀로 된 사모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