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모집에 권역제한 없애… 지방 전공의 ‘빅5’ 몰릴까

입력 2024-07-19 06:02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오는 9월 하반기 모집에 지원하는 전공의들에게 수련 특례를 적용하면서 권역 제한도 두지 않기로 했다. 지역 병원에서 수련하던 전공의들이 ‘빅5’와 수도권 병원에 지원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진료 공백을 막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공의들이 9월 모집에 응하지 않는다면 의료 현장의 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국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1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고민을 많이 했지만 (9월 모집 때) 권역 제한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전공의 복귀 수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수련병원에서 1명이라도 더 고용해서 병원이 돌아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지역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던 전공의들이 이번 추가 모집을 계기로 수도권의 인기가 높은 수련병원에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권역 제한이 사라지면서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

수련병원협의회는 “9월 모집에서 전공의가 동일 권역 내 병원만 지원할 수 있도록 제한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지역 의료를 담당할 전공의들이 수도권 빈자리를 채우면 결국 지역 의료 공백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서다.

정부는 내년도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선발 비중을 기존 5.5대 4.5에서 5대 5로 늘려 수도권 쏠림 현상을 완화하겠다고 했다. 9월 모집 역시 이 비중을 고려해서 정원 조정을 하고, 복지부가 선발을 위한 최종 규모 확정에 나선다는 설명이다.

오는 22일부터 이달 말까지 모집을 공고하고, 지원한 전공의를 대상으로 8월 중 각 병원이 필기·실기 시험을 진행한다. 이후 선발 절차가 마무리되면 9월 1일부터 하반기 수련이 시작된다.

현장 전공의들은 내년까지 복귀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수도권 한 상급종합병원 필수과 전공의는 “손해를 보더라도 돌아가지 않겠다는 분위기”라며 “특히 필수과 동료들은 ‘정부 방침은 그대로이며 현장 역시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가 떠난 의료 현장을 지켜온 전문의 이탈도 커지면서 의료 공백이 장기화할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최근 순천향대천안병원과 국립의료원 등 응급의료센터 운영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에 대해 김 정책관은 “전문의들의 병원 근무 환경 자체를 개선하도록 노력하고, 응급의료대책을 마련해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정책관은 “응급의료센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응급의료센터 10곳이 운영 중단 위기에 놓였다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군 입영 연기도 오는 9월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지원하는 전공의만 적용된다. 9월에 병원으로 복귀하는 전공의의 경우 국방부, 병무청 협의를 통해 군 입영 연기 특례를 적용받는다. 하지만 만약 9월 모집에 응하지 않는다면 전공의는 입대해야 한다. 입대까지는 1~2년의 대기 시간이 발생할 수 있다.

김 정책관은 “매년 군의관은 700~800명, 공보의는 300~400명 뽑고 있다”며 “미복귀 군 미필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내년에 (의무 사관으로) 갈 수 있지 않기 때문에 1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대에 들어오면 인턴 때 군의무사관 후보생으로 등록을 하기 때문에 일반병으로 입대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정부는 전공의들을 향해 9월 복귀를 촉구하면서도 복귀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경찰은 파견 공보의와 복귀 전공의 명단을 인터넷에 게시한 의사, 의대생 18명을 특정해 검찰에 송치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