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토론에서 불거진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요구’ 폭로 후폭풍이 거세다. 한동훈 후보의 발언을 두고 친윤(친윤석열)계는 물론 당내 중진과 일부 광역단체장들까지 비판 대열에 합류하자 한 후보는 “신중하지 못했던 점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이번 일이 7·23 전당대회 경선 레이스의 막판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후보는 18일 페이스북에서 “‘공소 취소 부탁 거절 발언’은 ‘왜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대표를 구속 못했느냐’는 반복된 질문에 아무리 법무부 장관이지만 개별 사건에 개입할 수 없다는 설명을 하는 과정에서 예시로서 나온,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말이었다”고 밝혔다. 전날 CBS라디오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나 후보를 향해 “저에게 본인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를 부탁한 적 있지 않느냐”고 말한 것에 대한 해명이다.
한 후보는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은 공수처법 등 악법을 막는 과정에서 우리 당을 위해 나서다가 생긴 일”이라며 “당대표가 되면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재판에 대한 법률적 지원을 강화하고, 여야의 대승적 재발 방지 약속 및 상호 처벌불원 방안도 검토·추진하겠다”며 진화에 부심했다. 한 후보는 이날 오후 서울시의회 행사 참석 후에도 기자들과 만나 “저도 말하고 나서 ‘아차’ 했다. 이 얘기를 괜히 했다고 생각했다”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한 후보가 지난해 12월 정치권 입문 이후 자신의 발언에 대해 직접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이날 여당 내부에서는 한 후보 발언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패스트트랙 충돌 때의 일로 재판받고 있는 윤한홍 의원은 의원 전체 대화방에 “우리 당대표가 되겠다고 하신 분의 말씀이 맞는지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실망감을 표했다. 당대표를 지낸 김기현 의원도 “폭주하는 민주당 악법을 막는 정의로운 일에 온 몸을 던졌다가 억울한 피해자가 된 동지들의 고통에 공감은 못 할 망정 2차 가해를 해선 안 될 것”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김태흠 충남지사, 이철우 경북지사 등 광역단체장들도 한 후보 발언을 비판했다.
이처럼 반발이 큰 건 패스트트랙 충돌에 따른 기소가 나 후보 개인이 아닌 당 차원의 문제라는 인식이 많기 때문이다. 2019년 4월 민주당의 공수처법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강행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로 국민의힘에서는 원내대표였던 나 후보를 비롯해 의원, 당직자 등 27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현역 의원 중에서도 현재 6명이 재판을 받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기존에 한 후보를 지지하던 의원이나 당원 중에서도 해당 발언에 실망했다는 반응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중진은 “원외인 한 후보가 당을 운영하려면 원심(院心·의원들의 지지) 확보가 중요한데, 벌집을 잘못 건드린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종선 박민지 이강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