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자녀 성인된 후 10년 지나면 양육비 청구 불가”

입력 2024-07-19 06:26

미성년 자녀를 키우면서 받지 못했던 양육비 청구 권리는 자녀가 성인이 된 때로부터 10년 이내까지만 유효하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자녀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양육비 지급에 대해 사전 협의한 적 없으면 자녀의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다는 기존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8일 A씨(87)가 전 남편 B씨(85)를 상대로 낸 양육비 청구 사건에서 B씨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B씨와 1974년부터 별거하다가 1984년 이혼했다. A씨는 별거를 시작한 1974년부터 아들 C씨(51)가 성인이 된 1993년까지 19년간 홀로 C씨를 키웠다. A씨는 2016년 B씨를 상대로 1억1930만원의 양육비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양육비를 전혀 받지 못한 채 삯바느질 등으로 생계를 겨우 이어가며 어렵게 아들을 키웠다”며 B씨는 재혼 후 상당한 재력이 있었지만 자신과 아들은 경제적으로 열악했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 청구를 일부 받아들여 B씨에게 양육비 6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B씨의 양육비 지급 책임이 없다고 봤다. 아들이 성년이 된 지 10년이 훌쩍 지났기 때문에 양육비 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자녀가 미성년인 기간에는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이 유지되지만 성년이 된 후에는 별도의 협의나 법원 심판 등이 없다면 양육비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시작한다고 판단했다. 자녀가 성년이 된 후에는 양육비 청구가 양육의 의무를 지게 하려는 의도보다 재산권 행사에 가까워지므로 일반 채권처럼 10년의 소멸시효를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과거 양육비에 관한 권리에 소멸시효가 없다고 본 2011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은 “자녀가 성년이 된 후에도 양육자가 언제든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과거 양육비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면 상대방은 일생 동안 불안정한 상태를 감수해야 한다”며 “시간이 지나면 증거가 없어지는 등 적절한 방어 방법을 강구하기도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