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 리스크 피하고 KKR 설득하고… SK 합병 남은 과제

입력 2024-07-19 08:22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성장 기반을 유지하면서 합병 과정에서 잡음을 최소화하는 데 목표를 뒀다. 합병 추진 과정에서 불필요한 배임 리스크과 외부주주 반발이 불거지는 일을 방지하고, SK E&S 구성원들의 불만을 줄이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박상규(사진) SK이노베이션 사장은 1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안정적이고 미래 성장성이 높은 신에너지, 전기 등의 분야가 보완됐다는 것이 이번 합병의 가장 큰 의의”라고 밝혔다. 양사는 원활한 합병을 위해 갈등 유발 요소를 줄이는 데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자칫 SK이노베이션이 SK E&S를 일방적으로 흡수해버리는 모습일 경우 SK E&S 직원들이 “왜 자신들이 희생해야 하냐”는 불만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사는 이런 점을 의식해 ‘수평적 합병’을 택했다. SK E&S를 사업부나 조직 축소 없이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유지하는 식이다. 박 사장은 “법적으로는 흡수합병 형태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SK E&S의 거버넌스 구조를 현재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전날 “SK E&S에서 근무하는 모든 근로자의 고용 및 관련 법률관계(근로계약 등)를 승계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양사는 합병 비율을 SK이노베이션과 SK E&S 1대 1.19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주주 반대와 배임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SK E&S의 가치가 지나치게 높게 평가될 경우 3조1350억원어치의 SK E&S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보유한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의 ‘횡재’를 도운 것 아니냐는 배임 리스크에 휘말릴 수 있다. KKR은 합병 이후 보유한 RCPS를 SK이노베이션 보통주로 상환하거나 현금화에 나서면 합병비율에 따라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렇다고 배임을 의식해 SK E&S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출 수도 없었다. 반대로 KKR이 합병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RCPS 상환을 요구하면 SK E&S의 핵심자산인 도시가스사 7곳을 빼앗길 수기 때문이다. 서건기 SK E&S 재무부문장은 “KKR과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분 20%를 넘게 가진 소액 주주 설득이라는 숙제도 풀어야 한다. 합병으로 인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지분 가치가 희석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박 사장은 “합병 후 시너지를 내기 시작하면 중장기적으로 주주들의 주식 가치도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