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종부세, 성역 아니다” 金 “민주당 근간”… 노선 투쟁 서막?

입력 2024-07-19 03:20
더불어민주당 8·18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김두관 김지수 후보(오른쪽부터)가 18일 서울 양천구 CBS 사옥에서 열린 첫 방송토론회에서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전당대회 첫 방송토론회에서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아니다”며 종부세 완화 추진 뜻을 재확인했다. 김두관 후보는 “종부세는 민주당의 근간”이라고 맞섰다. 향후 세제 개편 방향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내부의 ‘노선 투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후보는 18일 CBS가 주관한 첫 민주당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종부세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든 논쟁의 대상이지 마치 신성불가침한 의제처럼 무조건 수호하자는 것은 옳지 않은 태도”라고 말했다. 그는 현행 종부세를 두고 “내가 돈을 열심히 벌어서 (샀는데) 실제 사는 집이 비싸졌다고 이중 제재를 당하면 억울할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교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잘못된 건 수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금투세와 관련해서는 “정부 원안의 일시적 시행 시기 유예는 필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김 후보는 “우리 당의 근간인 종부세는 전체 중 (상위) 2.7% 주택을 보유한 분들에게 부과되고 있다. 금투세도 (개인투자자) 1400만명 중 1%인 5000만원 소득이 있는 쪽에 부과하는 것”이라며 “(둘 다 현행대로)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후보가 당의 전통적 가치인 ‘양극화와 불평등 개선’을 옆으로 밀고 ‘우(右)클릭’ 행보를 보이는 데 대한 불만 기류도 포착된다. 노무현정부 청와대 출신의 한 인사는 “금투세 부과 대상자는 극히 고소득층이고, 종부세도 이미 깎아줄 대로 깎아줘 사실상 부과 대상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무엇을 더 논의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가 연임에 성공한 뒤 당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세제 개편 문제를 테이블에 올리게 되면 이를 둘러싼 계파 간 갈등이 수면 위로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책적으로 전통적 지지층을 지키는 것이 합당한지, 중도층으로 외연을 넓히는 게 옳은지는 민주당의 차기 대선 전략 차원에서도 중요한 분기점이다.

비명(비이재명)계 한 의원은 “그동안 이 후보를 비롯한 지도부에서 종부세 등 세제 이슈를 찔끔찔끔 내놓는 것에 대한 당내 불만이 있었다”며 “지도부가 해당 논의를 본격적으로 꺼낸다면 내부 의견그룹들도 각자의 의견을 꺼내면서 자연스레 논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 복수의 의견그룹·공부모임들은 제각기 세제 개편 문제를 연구·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이 후보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하거나 당 지지율 하락 등으로 고비를 맞을 경우 이런 우클릭 행보가 당내 반대 진영을 뭉치게 하는 매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가 대선이 3년 남은 상황에서 민주당 핵심 가치를 건드린 건 전략적 판단 미스”라며 “당 상황이 악화될 경우 전통적 가치를 중시하는 진영에서 언제든 반발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