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없어 보이는 편안한 인상이지만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고 있었다. 3년 전부터 함께한 바이오기업의 코스닥 상장을 주도하는 재무 담당자면서 동시에 인사 관리 업무를 총괄하고 또 최근 시작한 자회사 대표도 맡고 있다. 하나도 집중하기 어려울 거라고 주변에서 걱정하지만, 그는 “눈앞에 놓인 일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최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사무실에서 만난 홍진만(43) 상무의 이야기다.
이직의 중요 원칙 ‘세상을 이롭게…’
홍 상무는 영국 런던에서 회계금융학 석사를 마치고 귀국해 금융계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인공지능 의료 영상 진단기술회사 JLK인스펙션(현 제이엘케이)에서 코스닥 상장(IPO)을 이끌고 이후 의료 커뮤니티 플랫폼 회사인 닥플에서 사업본부장으로 일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일했다.
회사를 옮길 때 마음에 품은 가치가 있었다.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는가’였다. 현재 회사는 줄기세포를 함유한 미니 장기를 뜻하는 오가노이드로 조직을 재생하는 신약을 개발한다.
홍 상무의 명함엔 재무 담당 임원을 뜻하는 ‘CFO(Chief Finance Officer)’가 적혀 있다. 400억원 투자를 유치한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이번 달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는 등 연내 상장 목표를 착실히 달성해 나가고 있다.
홍 상무는 “합류 초기엔 투자 거절을 당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기에 위축되고 두려운 마음이 있기도 했다”며 “그러나 그럴 때마다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내고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국내 오가노이드 기업 중 1위이지만 스타트업이기에 홍 상무는 연구 개발을 제외하곤 다양한 업무를 해왔다.
“선량한 관리자 되고파”
홍 상무는 세브란스병원과 합작해 설립한 오가노이드사이언스의 계열사인 포도테라퓨틱스 대표도 맡고 있다. 항암 치료 등에서 예후를 전망하고 진단하는 정밀 치료법을 개발해 올해 하반기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기브 앤 테이크’라는 말에서 왜 기브가 먼저 나오는지를 머리론 이해했지만 가슴에 와닿진 않았었다”며 “그러나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제품이나 서비스가 개발자의 콘셉트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환자와 의사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줄 수 있는 ‘기브’를 구현해야 한다는, 단순하지만 명료한 개념을 절실히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그가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도 놓치지 않으려는 가치는 ‘선량함’이다. 홍 상무는 성경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비유한 포도원 농부를 언급하며 설명했다.
“포도원 주인은 농부들에게 농장을 맡기고 다른 나라에 가잖아요. 농부들은 주인이 보낸 종을 때리고 나중에 죽이기까지 해요. 주인 아들 목숨마저도 앗아갑니다. 누가 보든 않든 간에 나에게 주어진 일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선량한 관리자라고 생각합니다. 주인이 맡겨놓을 때 했던 ‘그들이 잘해주기를 바라는’ 그 마음을 지켜내고 싶습니다.”
좋은 리더, 좋은 회사란
그는 올해 초부터 한 달에 한 번 구성원들과 함께 성장 목표나 아쉬운 점을 공유하는 모임을 열고 있다. 한 번은 ‘내 것만 챙기고 관리자로서 역할을 잘못한 것 같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홍 상무는 “임원으로서 ‘이쯤 하면 됐지’ 하는 마음이 내 안에 있었던 것 같다”며 “그런 반성들이 오히려 제 삶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홍 상무는 주일마다 예배를 마치고 회사에 출근해 남들보다 하루 먼저 업무를 시작한다. 집도 교회도 회사 근처에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그는 서울 강남의 대형교회에 출석하다가 결혼 후 아내를 따라 현재 성도 70여명의 작은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그에게 좋은 리더의 덕목을 물었다. 솔선수범하는 사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누구나 남이 잘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고 임원으로서 그런 유혹을 더 크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그가 꿈꾸는 좋은 회사는 이상향에 가까웠다. “회사는 혼자 운영하는 게 아니잖아요. 이상적인 목표일지 몰라도 함께하는 사람들이 그 안에서 행복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회사 이익의 일정 부분을 사회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로망이 있습니다.”
홍 상무는 2021년 8월부터 지금까지 새벽마다 매일 30분간 교제하고 중보기도 하는 전화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크리스천 직장인은 ‘베이스캠프’인 교회를 근간으로 회사인 ‘배틀필드’에서 하나의 밀알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목표한 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어떤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원대한 꿈보다는 하루하루 나에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