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17일(현지시간) 체코 신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폴란드 네덜란드 루마니아 등 향후 발주될 ‘유럽 원전 수주전’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됐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들고 건설 기간이 긴 미국 프랑스 등과 비교해 ‘한국형 원전’의 가격·기술 경쟁력이 입증됐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앞서 신규 원전 건설 1단계 프로젝트를 미국에 발주했던 폴란드는 현재 2단계 프로젝트 발주처를 놓고 한국수력원자력과 단독 협상을 벌이고 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17일 “체코 원전 수주에 성공한 만큼 폴란드 프로젝트 역시 수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 원전의 다른 해외시장 진출에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주요국은 2050년 탄소배출 중립(넷제로) 달성을 위해 원전 확대로 방향을 틀고 있다.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미국 프랑스 영국 한국 일본 등 22개국은 2050년까지 원전 설비를 2010년 대비 3배 늘리기로 합의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공격적으로 원전 증설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EU는 2022년 원자력을 친환경 분류체계인 ‘택소노미’에 포함하고 회원국 간 ‘원전 동맹’ 강화에 나섰다. 프랑스 영국에 이어 이탈리아도 ‘탈원전 폐기’ 검토에 나섰고, 초기 탈원전 국가였던 스웨덴은 2045년까지 대형 원전을 최소 10기 건설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현재 원전 1기를 운영 중인 네덜란드는 2035년 가동을 목표로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추진 중이다.
인공지능(AI) 발전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원전 확대 흐름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국내 원전 산업의 변수로 거론된다. 앞서 대통령 재임 당시 원전 산업 육성을 선언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2기 공약에 소형모듈원자로(SMR) 투자 및 생산 지원 방안을 담았다. 재집권하면 ‘원전 리더십’ 확보 과정에서 국내 원전 산업과의 수주 경쟁이 과열될 가능성이 있다.
세종=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