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뽑는 7·23 전당대회 전 마지막으로 열린 17일 합동연설회는 지지자들 간 별다른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상대 후보를 향한 야유 같은 신경전은 있었지만, 이틀 전 합동연설회보다는 확연히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연설회에서 물리적 충돌 사태를 겪은 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출입자 비표 확인을 철저히 하는 등 현장 관리에 부심했다.
당 선관위는 이날 서울·인천·경기·강원 합동연설회가 열린 경기도 고양 소노아레나 주변 곳곳에 ‘당원이 아닌 분은 연설회에 참석할 수 없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다. 경찰은 4개 중대 300여명의 인원을 배치해 돌발 상황에 대비했다.
지난 15일 폭력 사태를 일으켜 행사장 내부 출입이 금지된 유튜버를 비롯해 다수의 유튜버들은 연설회장 주변에 모습을 나타냈다. 호랑이 무늬 옷을 입은 한 유튜버는 행사장 밖에서 “대통령을 배신한 자가 국민도 배신하지 않겠나” 등 한동훈 당대표 후보를 비난하는 고함을 질렀다. 그 옆에선 한 후보 지지자와 원희룡 후보 지지자 간 말다툼도 벌어졌다.
당원 5000여명이 들어선 연설회장 내부에서도 지지 후보를 향한 열띤 응원전이 이어졌지만 직접적 충돌은 피하는 분위기였다. 15일 연설회에서 터져나왔던 “배신자” “사퇴하라” 등의 노골적 비방은 이날 연설회장에선 거의 들리지 않았다. 원 후보가 연설 도중 한 후보에 대한 공세를 펴자 한 후보 지지자들이 모인 객석에서 “그만해라” “시끄럽다” 등 고성이 나오기도 했지만, 곧 주변 지지자들이 “소리 좀 낮추라”며 ‘아군’을 자제시키는 모습도 보였다.
한 후보의 팬카페 ‘위드후니’ 회원이라고 소개한 60대 여성은 “우리는 극렬 지지자들과 다르다. 순수한 팬심으로 응원 온 것”이라고 말했다. 함께 온 다른 여성은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이라고 쓰인 부채를 내보이며 “직접 응원 도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경남 사천에서 온 50대 남성은 “우린 순수한 마음으로 ‘원 후보를 원한다’해서 ‘원티드원’(원 후보 팬카페)”이라며 “극렬 유튜버들과 모두 싸잡아 보는 건 불쾌하다”고 말했다. 나경원 후보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구에서 응원을 왔다는 40대 여성 당원은 “이전과 비교해 확실히 차분한 분위기”라며 “결국 하나의 당인데, 하나로 화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도부 역시 거듭 화합을 강조했다. 서병수 당 선관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국회에 가보면 좌석들이 원탁으로 돼 있다. 치열하게 경선을 하더라도 끝나면 승복하고 화합하자, 그런 뜻에서 원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라며 “전당대회가 끝나면 이재명의 민주당을 압도하는 국민의힘이 될 수 있도록 여러분이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금은 각자 후보를 열렬히 지지하고 연호하지만 전당대회에서 누가 되든 당대표와 최고위원이 선출된 뒤에는 우리가 전부 똘똘 뭉쳐 하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우진 기자, 고양=이강민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