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에너지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17일 이사회를 열고 합병을 공식화했다. 자산 100조원대의 에너지 공룡 기업 탄생이 임박했다. 합병회사는 ‘현재’의 에너지인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미래’ 에너지인 재생에너지와 수소뿐만 아니라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기화 사업까지 총괄하는 종합 에너지 기업이 될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합병안을 의결했다. 지난해 말 최태원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이 그룹 최고 협의체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취임한 뒤 본격화한 그룹 군살 빼기와 사업구조 개선 작업의 사실상 첫 결과물이 나온 것이다.
양사는 ‘한 지붕 두 가족’ 방식의 수평적 합병을 추진한다. 외형적으로는 SK이노베이션이 SK E&S를 흡수하지만 사업부 쪼개기 없이 사내독립기업(CIC)으로 두는 방식이다. 두 회사의 기존 사업은 물론 조직과 인력 구성까지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다.
양사의 합병 비율은 SK이노베이션과 SK E&S 1대 1.1917417로 결정됐다. 합병비율에 따라 상장사인 SK이노베이션이 합병신주를 발행해 SK E&S의 주주인 SK㈜에 4976만9267주를 교부한다. SK이노베이션 신주는 오는 11월 20일 상장될 예정이다. 합병 후 SK이노베이션 최대주주인 SK㈜의 지분율은 36.22%에서 55.9%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1대2 수준으로 합병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대주주인 SK㈜ 입장에서 지분 90%를 들고 있는 SK E&S의 가치를 높여 합병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최대로 끌어올릴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의 높은 자산 가치를 고려하면서 SK이노베이션 측에 유리한 합병비율이 산정된 것으로 분석된다.
합병이 확정되면 자산 약 100조원, 매출 88조원 규모의 거대 에너지 기업이 탄생할 예정이다. 특히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이 합병 전보다 1조9000억원 늘어난 5조8000억원 수준으로 커진다. EBITDA는 기업이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석유화학 사업의 큰 수익성 변동 폭을 안정적인 수익 창출력을 지닌 LNG나 도시가스로 완충시키며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지니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위기에 빠진 SK이노베이션 자회사들에 대한 유동성 지원도 가능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은 지난 1분기까지 10분기 연속 적자를 거듭하며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누적 적자만 2조2962억 원에 달한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에너지 산업을 둘러싼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한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혁신”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는 다음 달 27일 합병 승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합병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