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서로 “헌법 정신 파괴”… 볼썽사나운 제헌절

입력 2024-07-18 02:01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뒷줄 왼쪽부터)이 17일 국회에서 열린 제76주년 제헌절 경축식에 참석해 굳은 표정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은 우원식 국회의장. 국회사진기자단

제76주년 제헌절인 17일 국회에서는 경축식 행사가 열렸다. 5부 요인과 전직 국회의장단, 여야 지도부 등이 참석했다. 하지만 극한 대립 속에 개원식조차 열지 못하고 있는 22대 국회는 이날도 축하를 받을 처지가 아니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서로를 향해 “헌법 정신을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경축식 행사장은 동시에 ‘농성장’이기도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 볼썽사나운 모습을 대체 언제까지 봐야 하는가’ 하고 국민들께서 묻고 있다”며 고개를 숙였다.

국민의힘은 경축식 행사에 앞서 국회 본관 로텐더홀 계단에서 ‘민주당 의회독재 규탄대회’를 열었다. 로텐더홀 한쪽에서 경축식 행사 예행연습이 진행되는 가운데 여당 의원들은 ‘위헌위법 탄핵선동, 민주당은 각성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진행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헌법 정신을 지켜야 하는 곳”이라며 “하지만 지금 우리 국회의 모습은 참담하기만 하다. 거대 야당의 입법 횡포와 독주로 우리 헌법 정신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최근 민주당은 다수 의석의 오만함에 취해 오로지 이재명 방탄을 위한 무분별한 특검과 탄핵 추진으로 법치주의를 파괴하고 삼권분립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온갖 수단을 동원해 국정을 분열시키고 대통령을 흔드는 정치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민주당 주도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관련 청문회가 예정된 것을 두고는 “마약에 취한 듯 광란의 갑질 칼을 휘두르고 있다”고 거칠게 비판했다.

민주당 역시 ‘헌법 정신’을 내세워 여권을 공격했다. 박찬대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 주권과 민주주의 의미를 되새기는 뜻깊은 날이지만 참담한 심경을 금할 수 없다”면서 “헌법 정신을 수호하고 국정을 무한 책임져야 할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삼권분립과 의회 민주주의 훼손에 골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2년 내내 대통령은 거부권과 시행령 통치를 남발했고, 국민의힘은 대통령 부부의 방탄을 위해 명분 없는 정치 파업에만 정신이 팔렸다”며 “고금리, 고물가에 고통받고 폭염과 수해에 무너지는 국민의 삶을 생각해 정치 파업부터 거둬들이라”고 요구했다.

우 의장은 제헌절 경축사를 통해 “제헌부터 이어져 온 헌법 정신과 가치는 우리의 자산이고 도약의 디딤돌이지만 그 자산을 제대로 다 쓰지 못하고 있다”며 “온전히 정치의 부족함 때문이다. 제헌절을 맞도록 국회 개원식도 열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질책을 달게 듣겠다”고 말했다. 정대철 헌정회장은 역대 최장 지각 개원식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22대 국회를 향해 “헌정회장으로서 제헌절을 마냥 축하만 할 수 없는 착잡한 심정”이라며 “주권자인 국민 앞에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김판 구자창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