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폭탄에… 금리 인하기 대출 조이라는 정부

입력 2024-07-18 07:11

이달 초 대출 금리를 올렸던 시중은행들이 또다시 금리를 인상한다.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하라는 금융 당국의 압박 탓이다. 시장금리가 낮아지는데 은행들은 이를 거스르고 금리 인상에 나서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18일부터 부동산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0.2% 포인트 인상한다. 신한은행도 오는 22일부터 은행채 3년물·5년물을 기준으로 하는 금리를 0.05% 포인트 올린다. 이 금리는 주로 5년 주기형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된다.


우리은행도 5년 주기형 아파트담보대출의 금리를 0.20% 포인트 상향한다. 5년 주기형 아파트 외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는 0.15% 포인트 인상한다. 전세대출 2년 고정금리 상품도 0.15% 포인트 올린다.

대출금리를 올린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또 한 번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3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3% 포인트, 지난 11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0.1~0.2% 포인트 올렸다. 신한은행은 지난 15일 금융채 5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하는 금리를 0.05%포인트 인상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12일 5년 주기형 아파트담보대출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 포인트, 2년 고정형 전세대출 금리를 0.1% 포인트 상향했다.

잡히지 않는 가계대출 증가세에 당국은 은행권에 가계대출 관리를 강하게 주문하고 있다. 상반기 은행권 가계대출은 26조5000억원 급증했다. 2021년 상반기(30조4000억원) 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이달 들어서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장금리가 낮아지면서 은행은 가산금리를 높여 대출을 조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적용되는 5년 만기 금융채(무보증·AAA 등급)의 금리는 지난 15일 기준 3.347%를 기록했다. 2022년 4월 26일(3.334%) 이후 2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변동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도 지난달 신규 취급액 기준 3.52%로 떨어졌다. 올해 들어 가장 낮다.

은행들은 3분기에도 가계대출 문턱을 더 높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의 가계 대출행태지수는 주택대출은 -6으로 전 분기와 같았지만 일반대출은 -19로 전 분기(-14)보다 낮아졌다. 숫자가 -로 갈수록 대출을 줄일 것이라는 의미다.

오는 9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까지 시행되면 대출 한도까지 한층 줄어든다. 다만 가계대출 증가의 근본 원인인 부동산 시장이 계속 활기를 띨 것으로 보여 대출 수요는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을 조절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고는 있지만 현재의 증가세를 꺾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