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경험한 올림픽은 한순간을 놓치면 준비했던 모든 게 끝날 수도 있는 대회였다. 0-0이 아닌 20-20 듀스가 연속되는 상황에서 경기를 시작한다는 자세로 냉정하게 임했으면 좋겠다.”
‘셔틀콕 스타’ 이용대(요넥스 플레잉코치)가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후배 선수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한국 배드민턴의 마지막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배드민턴 황금세대가 종목별 상위 랭킹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어느 때보다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용대는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요넥스코리아 본사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림픽은 어릴 때부터 메달만 바라보던 선수들이 모인다. 누구나 눈에 불을 켜고 경기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는 2008 베이징, 2012 런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등 세 차례 올림픽 코트에 섰다. 이용대는 “이기고자 하는 간절함을 바탕으로 매 순간 1, 2점씩 따낼 준비를 해야 한다”며 “지고 있어도 포기해선 안 된다. 뒤집을 기회는 반드시 온다”고 강조했다.
이효정과 짝을 이뤄 혼합복식 정상에 올랐던 2008 베이징올림픽은 지금의 이용대를 만든 대회다. 그가 금메달을 확정 짓던 순간 무심코 했던 ‘윙크 세리머니’는 배드민턴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용대는 “그저 평범한 선수였는데 올림픽 정상에 오른 이후 많은 분이 기억을 해주신다. 제 인생을 바꿔준 대회였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라켓을 잡는 순간부터 그의 목표는 올림픽 금메달이었다. 한때는 국가대표가 되면 무조건 올림픽에 출전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이용대는 “태극마크를 달고도 올림픽에 나가려면 꾸준한 성적이 필요했다. 그래서 첫 올림픽 때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며 “메달을 하나라도 따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소위 말하는 ‘타고난 선수’가 아니었다. 다른 선수들보다 체력도 약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남모를 노력을 곁들였다. 점심시간엔 체육관 구석에 숨어 벽면에 셔틀콕을 때리는 ‘벽치기’를 무한 반복했다. 휴식이 주어지면 동료들의 눈을 피해 개인운동을 하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곤 했다.
이용대는 “남들에게 훈련하는 모습을 굳이 보여주고 싶진 않았다. 노력하는 티를 내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국 배드민턴은 파리올림픽에서 16년 만에 금빛 스매싱을 노린다.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삼성생명)이 선봉에 선다.
대회 기간 중계방송 해설을 맡는 이용대는 “배드민턴이 개인 종목이지만 대표팀 분위기는 같이 따라가게 돼 있다. 안세영이 올라가면 다른 종목도 같이 선전할 수 있다”며 “모든 선수가 메달권에 도전할 실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는 “기본기와 끈기를 바탕으로 셔틀콕이 코트에 떨어질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이 한국 배드민턴의 강점”이라며 “부담감을 떨쳐낸 우리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해 재미와 감동을 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