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희망디딤돌2.0 교육 직무와 맞는 일자리를 대전에서 찾을 수 있다면 주거지를 옮겨야 하는 부담이 줄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삼성희망디딤돌 대전센터에 거주하면서 삼성희망디딤돌2.0 디지털 콘텐츠 디자인 교육 과정을 수강하고 있는 자립준비청년 A씨가 지난 12일 대전 지역 국회의원 3명(장철민·박용갑·박정현)과의 현장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정부와 기업뿐 아니라 국회 차원에서도 자립준비청년의 목소리를 듣고 추가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자며 한자리에 모인 날이다.
A씨는 지난 5월 정들었던 자혜원을 떠난 뒤 삼성과 인연을 맺고 주거 공간뿐 아니라 취업을 위한 직무 교육 도움을 받고 있다. 오는 9월 교육 과정 수료 후에는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 그는 대전 지역사회 안에서 취업 연계 기회를 찾고 있다. A씨는 “보호종료 이후 취업과 자립이 막막한 자립준비청년들에게 삼성희망디딤돌2.0이 큰 힘이 되고 있다”면서 “더 많은 자립준비청년들이 삼성희망디딤돌2.0 과정에 참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3명의 자립준비청년은 평소 고민했던 내용을 A4 종이에 빼곡히 적어와 가감 없이 이야기했다. 특히 자립준비청년 B씨의 사연에 모두가 안타까워하며 국회에서 법적 재정비를 검토하기로 했다. B씨는 보호종료 후 생일이 지나지 않아 법적으로 성인이 되기 전인 만 18세 때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보호자가 없어 수술을 못 받았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자립준비청년이 겪는 의료 사각지대 해소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날 삼성희망디딤돌 대전센터에서는 이장우 대전시장,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강도묵 대전세종충남경영자총협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자립준비청년 자립을 위한 취업 지원 업무 협약식이 열렸다. 앞서 지난 2일 경남도와도 같은 내용의 업무 협약을 맺은 데 이어 두 번째 결실이다. 경남 양산에 살면서 삼성희망디딤돌2.0 중장비 교육을 받고 있는 자립준비청년 C씨는 “현재는 삼성희망디딤돌2.0에서 제공하는 기숙사에서 숙식하며 안정적인 환경에서 취업 준비를 하고 있지만, 곧 교육이 끝나면 취업이 되는 곳에서 주거지를 다시 구해야 해 심리적으로 부담스럽다”며 “삼성과 경남도의 협약이 취지대로 잘 실행돼 경남 지역에서 취직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이처럼 지방에 살고 있는 자립준비청년은 해당 지역에서 취업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일자리가 많은 수도권 취업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자립준비청년은 공공임대주택(45.3%) 월세(21.2%) 전세(5.5%) 등의 형태로 거주하고 있어 수도권 기업에 취업하더라도 계약 만기 이전에 거주지를 갑자기 옮기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주거지 문제로 취업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일이 자주 발생한다. 보건복지부가 보호종료 후 5년 이내 자립준비청년 5032명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자립준비청년이 보호종료 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은 것도 ‘주거 문제’(26.9%)였다.
자립준비청년이 현재 거주 중인 지역 내에서 원하는 직장에 취업할 수 있도록 민·관이 협력해 지원했으면 하는 현장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삼성과 지방자치단체, 지역 기업 ‘삼각편대’가 자립준비청년과 지역 내 일자리 연계를 위해 손을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협약은 자립준비청년을 위해 희망디딤돌2.0 사업을 하고 있는 삼성과 지역 기업이 함께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취업 지원 모델을 고도화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 삼성은 희망디딤돌2.0과 연계해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현장 실무형 직무 교육을 하고 취업 캠프와 컨설팅을 통해 취업 역량을 높이는 지원을 중점적으로 한다. 교육 기간 중 숙식과 교통수단도 무상으로 제공한다. 지역 경총은 취업 교육을 이수한 자립준비청년과 회원 기업체 간 일자리를 연계하고 기업과 청년이 참여하는 채용 간담회를 여는 등 실질적인 취업 기회를 만드는 역할을 맡는다.
삼성희망디딤돌 대전센터의 운영을 맡고 있는 대전자립지원전담기관을 통해 희망디딤돌2.0 사업을 처음으로 접한 자립준비청년 지다혜(23)씨는 취업과 관련한 정보를 얻기 위해 설명회가 있으면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 지씨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이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다양한 직업군의 교육 과정을 개설한 것에 놀랐고 감사했다”고 밝혔다. 지씨는 현재 노무사 자격시험을 준비 중이다. 대전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지씨는 평소 인사 직무에 관심이 많았고 조금 더 전문적인 사람이 되고자 노무사의 길을 택했다. 지씨는 “자립준비청년 동생들을 위해 노무사 자격증을 꼭 취득하겠다”면서 “임금 체불이나 여러 위기에 처했을 때 진정서를 못 내거나 주저하는 후배가 있으면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충남 아동시설에서 퇴소해 대전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한 지씨는 ‘바람개비 서포터즈’(바람개비가 바람의 힘으로 움직이듯이 자립 선배가 후배의 자립을 위해 바람과 동력이 돼주는 자립준비청년 모임) 부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같은 길을 겪고 있는 자립준비청년의 애로사항을 듣고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도록 봉사하려는 마음에서다. 지씨는 “국가에서 지원하는 장학금이나 각종 지원을 보면 기술 분야 위주”라며 “이공계 청년 대비 문과생에게는 기회가 적은 편인데 정부와 기업이 살펴봐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전=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