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뉴진스가 일주일 전 ‘2024년 한국관광 명예홍보대사’에 위촉됐다. 뉴진스는 1년간 전 세계 청년세대를 주요 대상으로 ‘찐(진짜) 한국 관광의 매력’ 알리기에 나선다. 더불어 뉴진스가 출연한 한국 관광 광고도 공개됐다. 광고는 ‘검색으로는 알 수 없는 한국 사람들이 알려주는 ‘찐’ 한국여행’이라는 내용으로 제작됐다.
영상에서 뉴진스 멤버들은 전통시장을 찾아가 김밥을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거나, 등산 후 컵라면을 즐기고, 바닷가에서 충무김밥을 먹으라고 조언한다. 색다른 문화인 ‘촌캉스’ ‘자개공예’도 추천한다. 경기도 남양주 한음마을에서 경운기를 타고 ‘몸뻬 바지’를 입거나 밀짚모자를 쓴 장면도 등장한다.
촌캉스는 마을을 뜻하는 한자 ‘촌(村)’과 휴가를 뜻하는 프랑스어 ‘바캉스’를 합친 단어다. 최근 개성과 차별성을 추구하는 새로운 세대의 욕구와 맞아떨어지면서 여름휴가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인기를 끌었던 파자마 중심의 호캉스(호텔+바캉스)에서 탈피하는 모양새다. 고급스럽지만 다소 뻔한 호캉스와 달리 색다른 경험이 인기 요인이다.
한국관광공사가 발간한 ‘2024년 관광 트렌드 전망 및 분석 보고서’에는 올해의 관광 테마 중 하나로 ‘나만의 명소 여행’이 언급됐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유명 관광 명소가 아닌 자신만의 숨은 여행지를 찾고자 하는 욕구에 딱 맞는 여행에 촌캉스가 손꼽힌 것. 특별한 것 없어 보이는 농촌이지만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전통문화 등이 MZ세대에게 ‘힙(Hip)’하고 ‘펀(Fun)’하게 다가가는 것이다. ‘몸뻬 바지를 입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댄스 챌린지’ ‘부뚜막 아궁이를 바라보는 불멍’ ‘한옥 평상에 앉아 즐기는 담소’ 등을 통해 팍팍한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방송에서도 촌캉스를 소재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부쩍 늘어났다.
최근 한 데이터 컨설팅 기업이 전국 성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30.2%가 올해 여름휴가를 ‘도심에서 벗어나 시골에서 자연을 즐기며 현지 경험을 할 수 있는 촌캉스’로 보내겠다고 답했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에도 촌캉스 및 시골 여행에 대한 언급량이 증가했다. 이런 분위기에 농촌여행도 여행객의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고 있다. 시골 할머니 집을 연상케 하는 한 시골 민박집에는 몸뻬 바지 세트로 구성된 2030 촌캉스 차림새와 이를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마련됐다. 농촌이라고 해서 낡은 시골집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옥으로 지어진 고풍스러운 숙소부터 깔끔한 고급 펜션까지 다양한 선택이 기다린다.
농촌과 민간 여행사의 협업으로 진행되는 가족·친구 등 소그룹 단위 여행 프로그램이나 농촌 투어패스 개발 등도 촌캉스를 더욱 쉽게 즐길 수 있는 요소가 될 것이다. 농촌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에서 나아가 농촌에서 일과 휴식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농촌 워케이션이 인기를 얻을지도 모를 일이다. 촌캉스 열풍에 각 지방자치단체도 나서고 있다. 특산물을 직접 수확해 보고 마당에서 캠핑하는 등의 농촌 이색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농촌의 푸근함과 함께 고요한 자연 속에서 누릴 수 있는 ‘마음의 힐링’은 덤이다.
코로나19 당시 직격탄을 맞은 이후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팜스테이마을이나 농촌체험마을 등을 찾는다면 농민들의 소득 증대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일거양득을 넘어 ‘일거다득’인 셈이다. 촌캉스 경험으로 소멸 위기 지역 등에서 ‘한 달 살기’에도 도전해 볼 만하다. 기존 생활을 모두 버려야 하는 부담이 없으면서도 현지 주민이 된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