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서 대마 재배한 피의자 전세보증금 첫 몰수

입력 2024-07-17 05:12

인천경찰청 범죄수익추적수사팀은 지난 5월 경기도의 한 아파트에서 대마 7주를 재배 및 판매한 피의자의 전세보증금 5000만원을 몰수 보전했다. 통상 마약 판매 수익을 몰수 보전하던 것과 달리 마약 재배장소에 대한 몰수 보전을 인정한 첫 사례였다. 경찰은 당시 아파트 전세보증금이 범죄에 제공된 자금이라는 점을 소명하는 데 집중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해 7월 서울·인천·경기 지역에서 339명의 임차인으로부터 보증금 680억원을 편취한 전세사기 사건에 대해 범죄수익 397억원을 보전했다. 이를 포함해 지난해 전세사기 사건으로 보전된 범죄수익은 모두 1467억원에 달한다.

16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이 몰수·추징 보전한 재산 가액은 5060억원(1829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 대비 보전 금액과 건수는 각각 15%, 52% 증가했다. 몰수·추징 보전은 피의자가 범행을 통해 취득한 재산을 처분하지 못하게 하고, 범죄수익을 이미 모두 소비했을 경우 수익 가액에 해당하는 일반재산 처분을 금지하는 조치다.

경찰이 몰수·추징 보전을 신청하면 검찰이 청구하고, 법원이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 보전 대상이 된 재산은 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나올 때까지 처분이 금지된다.

지난해 범죄수익 보전 현황을 가액 기준으로 보면, 전세사기(1467억원)와 민생침해 금융범죄(1867억원) 비중이 65% 이상을 차지했다. 범죄 종류로 분류하면 마약류 및 기타(535건)가 가장 많았다. 이어 도박개장(453건), 특정사기 범죄(423건) 등 순이었다.

경찰의 몰수·추징 건수는 2019년 범죄수익추적 전담팀 신설 이후 증가세다. 보전액은 2021년(8351억원)이 유독 컸다. 이에 대해 경찰은 당시 가상자산·부동산 시가가 뛰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전액은 몰수·추징 보전 결정일 기준 법원 결정문에 기재된 재산의 시가로 산정한다.

일각에서는 경찰의 몰수·추징 보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은 기소 전 단계에서만 몰수·추징 보전을 신청할 수 있고, 최종적인 몰수·추징은 법원 판단에 달려 있다. 문제는 피고인이 재판 중 범죄수익을 세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형이 확정되기 전 범죄수익을 몰수하는 ‘독립몰수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독립몰수제는 수사 단계에서부터 범죄수익으로 추정되는 재산을 몰수 대상으로 본다. 범죄자의 사망이나 해외 도피 등으로 재판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