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야말로 찐명이오’… 野시도당위원장 선거 ‘이전투구’

입력 2024-07-17 00:03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더불어민주당 8·18 전당대회 시·도당위원장 선거가 ‘찐명(진짜 친이재명) 감별 선거’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리당원 투표 비중이 높아지면서 확실한 친명 후보가 있는 지역은 자연스럽게 교통정리가 되는 분위기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선 여러 후보들이 나서 각축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지난달 28일 권리당원·대의원 투표 결과를 50%씩 반영했던 시·도당위원장 경선 룰을 ‘권리당원 80%, 대의원 20%’로 변경했다. 권리당원 수가 많은 광주 충남 전북 전남 제주 등 텃밭에선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90%까지 늘렸다.

이러한 룰 변경으로 시·도당위원장 선거 결과는 사실상 당원들이 좌우하게 됐다. 시·도당위원장은 지역 조직을 관리하고 2026년 6월 지방선거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요직이다. 그동안 재선 의원들 사이에서 합의 추대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당심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서울시당위원장 경선은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장경태 최고위원의 단독 출마 가능성이 높다. 출마 가능성이 거론됐던 이해식 수석대변인과 김병기 전 수석사무부총장 등 다른 친명 인사들은 그럴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당 관계자는 “당원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은 최고위원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도”라고 말했다.

친명 일색인 민주당에서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의원들은 쉽게 나서지 못하는 분위기다. 김영배 의원은 출마 의사를 접었고, 오기형 의원은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는 “선거에 나갔다가 괜히 ‘수박(비명계에 대한 멸칭) 공세’만 받을 수 있는데 누가 그걸 감수하겠느냐”고 말했다.

확실한 찐명 후보가 없는 지역에선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다. 경기도당위원장 자리엔 강득구 김승원 민병덕 문정복 의원 등 현역 재선 4명이 도전장을 냈다. 수도권 중진 의원은 “후보들 모두 친명으로 분류되는 데다 저마다의 강점이 있어 결과를 예측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민주당 험지인 대구·경북에서도 각각 3명, 4명의 후보가 ‘당원중심정당’과 ‘이재명’을 앞세워 경쟁을 벌이고 있다.

광주시당위원장 선거는 이재명 전 대표와 가까운 두 사람이 맞붙어 ‘찐명 전쟁’을 예고했다. ‘이재명 변호사’로 불리는 양부남 의원과 ‘친명계 호위부대’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의 강위원 대표가 출사표를 던졌다.

선거 분위기는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혁신회의는 이 전 대표가 지난 5월 “시·도당위원장은 당원 의사로 결정돼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는데도 현역 의원들이 양 의원을 합의추대했다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반면 현역 의원들은 합의추대한 적이 없다며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광주 지역에서 친명 후보들 간 도 넘은 네거티브 공세가 벌어질 것을 우려해 경선 과정을 엄격히 감시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