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동자동. 지하철 1·4호선 서울역 12번 출구를 나오자 대조적인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폭 2m 도로를 사이에 두고 한쪽엔 화려한 고층 건물이 솟아 있고 반대편엔 벽돌로 지어진 오래된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주가 일하시네 주가 일하시네~.”
5분 남짓 골목길을 걸어 들어가자 4층 건물에서 찬양이 흘러나왔다. 무료급식소 ‘아침애(愛)만나’ 개소식 현장이었다. 이랜드복지재단(대표 정영일)이 소외 이웃의 마음까지 살피는 ‘존엄한 한 끼’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문을 연 급식소다. 이곳에선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 일용직 근로자, 결식 청년 등 누구에게나 아침 식사를 제공한다.
이들에게 무료 점심 대신 무료 아침 제공이 반가운 이유가 있다. 쪽방촌 주민들의 경우 건강이 안 좋은 경우가 많아 아침에 약을 먹어야 하는데 서울역 인근 무료급식소는 대부분 점심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랜드 측은 “다소 힘들더라도 아침을 준비해 드리자”고 결정했다고 한다.
이 급식소가 특별한 건 또 있다. 이랜드복지재단이 장소를 제공하고 6개 교회가 봉사자로 섬긴다. 마가의다락방교회(임진혁 목사) 방주교회(임철 목사) 필그림교회(김형석 목사) 필그림선교교회(위성조 목사) 길튼교회(채성렬 목사) 등 인천 지역 5개 교회와 쪽방촌 교회로 알려진 하늘소망교회(구재영 목사)가 뭉친 ‘마가공동체’다. 이들은 요일별로 돌아가면서 음식 조리부터 배식까지 담당하는데 새벽부터 인천에서 음식을 조리해 용산까지 이동한다.
개소식에 참석한 주민 장여정(50)씨는 “동네에 무료급식소가 생겨서 마음이 든든하다”며 “지난주 수요일부터 매일 이용 중인데 밥이 맛있다”고 웃어 보였다. 지난 10일부터 임시 운영되다가 정식으로 문을 연 이날에만 150여명이 다녀갔다. 아침 배식은 월~토요일 오전 7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다. 평일 점심·저녁에는 거동이 불편한 쪽방촌 주민을 위해 도시락 200개를 배달한다. 일요일에는 오전 급식소에서 하늘소망교회 측에서 인도하는 예배를 드린 뒤 점심을 제공한다.
재단은 이날 개소식에서 급식소 인테리어 공사를 도운 도림교회(정명철 목사) 집수리 봉사단과 할렐루야교회(김승욱 목사) 복지공동체에 감사패를 전달했다.
정영일 대표는 “무료급식 사각지대에서 소외당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이웃에게 존엄한 한 끼를 대접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면서 “급식소를 이용하는 모든 분의 마음이 따뜻해지고 존엄함이 회복돼 자립 의지를 세우는 곳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