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호남 지역에서 16일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곳곳에서 속출했다. 비 구름대의 이동 경로를 따라 전남 서부권부터 동부권을 거쳐, 경남 서부지역까지 주택과 농경지 침수 등이 잇따랐다. 특히 좁은 지역에 짧은 시간 많은 양을 퍼부어 전남 해남에는 200년에 한 번 내릴 확률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17일부터는 수도권에 최대 시간당 70㎜ 이상의 ‘물폭탄’이 쏟아질 것으로 예측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전남지역 누적 강수량은 진도 의신 168.5㎜를 최고로 완도 보길도 156.5㎜, 광양시 153.9㎜, 고흥 도화 142.5㎜, 여수 산단 139㎜, 해남 북일 132㎜ 등이다. 특히 이날 새벽 3시 즈음 해남군의 시간당 강수량은 78.1㎜를 기록했다. 기상청은 발생 빈도로 따져보면 200년에 한 번꼴로 발생할 수 있는 매우 드문 확률이라고 분석했다. 경남에서는 이날 0시부터 오후 2시까지 남해 160.1㎜, 하동 금남면 136.5㎜, 사천 신수면 134㎜ 등 경남 서부와 남해안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이에 전남에선 이날 오후 4시까지 해남 46채, 진도 33채, 완도 14채, 신안 10채, 고흥 2채 등 주택 124채가 침수됐다. 이로 인해 주민 65명이 마을회관 등지로 대피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또 신안 흑산에서 폭우로 주택에 고립될 위기에 처한 일가족이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완도에선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차량 10여대가 침수됐으나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해남군 송지면에서는 농경지 경사로 토사가 주택 안으로 쏟아져 들어와 주민이 행정복지센터로 대피했다. 도로 토사 유실 및 파손 등 공공시설 11곳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 벼 침수피해는 진도 150㏊, 완도 100㏊, 해남 13㏊ 등 총 279㏊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여수국가산단 한 석유화학업체에서는 이날 오전 3시33분쯤 낙뢰로 정전이 발생해 공장 가동이 멈추기도 했다. 이로 인해 전기 계통 고장으로 일부 공정의 가동이 중단되며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경남에서는 이날 오후 5시까지 총 22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남해에서는 주택 이외에도 버스터미널, 식당 등도 침수돼 안전조치가 이어졌다. 통영에서도 산양읍과 광도면 등지 주택 마당이 침수되거나 토사 유출로 인한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부산에선 동구 범일동 수정터널 진입 램프 구간에서 크고 작은 포트홀 10여개가 발생해 긴급 보수작업을 벌였다. 동래구 온천동에선 보도에 안내 시설물이 쓰러져 소방 당국이 출동했다.
기상청은 17일부터 수도권을 비롯해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17일 새벽에서 아침까지 경기북부를 중심으로는 시간당 70㎜ 이상, 수도권 나머지 지역과 충청북부에는 시간당 30~60㎜의 호우가 쏟아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기상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산비탈 및 저지대, 반지하 등 취약 지역에 대한 예찰을 강화하고 주민 대피에도 만전을 기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장마전선 북상에 따른 수도권 등 집중호우 전망 사실을 보고받은 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에게 긴급 대응태세 강화를 지시했다고,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속된 장마로 지반이 약화돼 산사태 발생 위험이 높다”며 “이번 호우는 수도권 도심의 저지대 침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안=김영균 기자, 이경원 기자 ykk222@kmib.co.kr